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한국거래소)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한국거래소)
"시가총액이 1조원으로 형성돼 있으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습니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31일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주분산요건과 자기자본요건과 같은 기본적인 요건만 맞추면,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도 상장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거래소는 미래성장형기업(유니콘기업)의 주식시장 진입을 위해 코스피 시가총액 단독요건(1조원)을 신설했다. 시가총액 요건도 5000억원, 자기자본도 1500억원으로 완화했다.

쿠팡과 같은 국내 유니콘 기업이 국내에 상장하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다. 최근 쿠팡의 미국 상장은 기업의 특수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손 이사장은 "쿠팡은 대주주들이 외국계 펀드이고,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상장이 자연스러운 귀결"이라며 "지분 이송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차등의결권이 되는 시장으로 진출할 수 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손 이사장은 "여야 간에 차등의결권 도입이 진행 중으로, 이 부분이 해소되면 국내 상장 기업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해외의 경우 상장 비용과 상장 유지비용이 많게는 국내 대비 10배 가량이나 들고, 소송 위험성에도 돈이 많이 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거래소는 유니콘기업,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차세대 성장기업을 특성을 반영, 심사과정도 개선을 추진한다. 유니콘기업들이 원활하게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기술특례 평가 절차를 간소화한다. 현재는 기술기업으로 상장하기 위해선 복수의 시장전문기관에서 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는 "복수 기관에서 평가를 받는 부분을 완화시켜주는 등 간소화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국내 상장 활성화를 위해 최근 미국 상장을 준비 중인 마켓컬리 등과도 접촉했다. 송영훈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기업들과 접촉해서 국내 상장의 장점도 설득했지만, 선택의 몫은 기업에 있다"며 "미국 시장과 비교해 상장제도의 문제를 면밀히 따져보면서 단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원스토어 등 국내의 혁신 유니콘들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확대에 주저하는 것과 관련해선 에둘러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5조원을 순매도했다. 최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 검토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다.

손 이사장은 "기금운용이 현재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변화했는데 기계적인 원칙에 매몰되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정해놓은 포트폴리오 배분 원칙이 지금과 배치된다면,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