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리가 여전히 폭탄이 될 수 있는 이유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워싱턴이 지배한 날이었습니다.

이날 시장은 워싱턴에서 있었던 세 가지 이벤트를 주시하면서 뚜렷한 방향성 없이 오락가락했습니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진데다 코로나 확산세는 다시 꿈틀대고 있고, 1분기 연기금 펀드들의 리밸런싱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혼란을 거들었습니다.

다만 오후 2시반 이후 장 후반에 매수세가 몰리며 마이너스권에 머물던 나스닥까지 소폭 플러스로 마감을 했습니다. 다우는 0.62%, S&P 500 지수는 0.52% 올랐고 나스닥은 0.12%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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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카지노 은행 등 경기민감주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0.42% 오른 애플을 제외한 FAANG주가 모두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고평가 기술주들은 엇갈렸습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6%대 초반에서 안정적 모습을 보였지만 기술주들은 여전히 힘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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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보인 건 워싱턴에서 벌어진 청문회 탓으로 보입니다. 미 하원은 이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트위터의 잭 도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등을 불러내 '극단주의와 잘못된 정보 조장과 소셜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다섯 시간 넘게 청문회를 가졌습니다. 의원들은 소셜미디어가 정치적 갈등을 만들고 코로나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어린이에게 위험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앤지 크레이그 의원은 "이 산업은 스스로 규제하는 걸 신뢰할 수 없다"며 의회 차원의 강력한 규제를 다짐했습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독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그는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자신의 세대에 중국이 최강 국가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려면 막대한 투자를 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동맹들과 함께 남중국해와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문제 등에 대해 중국이 책임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취임 100일까지 백신 접종을 2억회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의 '필리버스터' 남용에 대해 비판하면서 증세와 인프라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강력히 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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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파고는 이에 대해 "경제 회복이 강화될 것"이라며 경기 회복에 수혜를 받는 금융, 산업, 소재 업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맨해튼 식당에 노인들이 많다"며 "노인들은 거의 다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도 아침 7시반께 미국 공영라디오(NPR)에 출연했습니다. 많이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지만 Fed는 뉴욕이 아닌 워싱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이날 워싱턴의 세가지 이벤트 가운데 파월 의장이 말이 가장 영향력이 컸습니다.

사실 이날 정규장 개장 전 아침까지 선물시장에서는 지수가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경제가 거의 완전히 회복되면 우리는 지원을 없앨 것"이라고 말한 게 알려지면서 내림세로 돌아섰고 오전 9시반에 개장한 시장에서도 주요 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파월 의장이 "경제가 상당히 더 진전될 때까지 자산 매입 속도를 축소할 계획이 없다. 그 과정은 대단히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며 지원을 철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추가 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지원을 없앨 것"이라는 말에 촛점을 맞췄습니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해오던 말들이긴 하지만 지금같은 시기에 지원을 없애겠다는 말이 테이퍼링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리가 여전히 폭탄이 될 수 있는 이유

이날 오전 8시반 주간 실업보험 신청건수가 전주보다 9만7000건 감소한 68만4000건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오고,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잠정치(4.1%)보다 높은 4.3%로 발표됐지만 시장은 잠잠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리가 여전히 폭탄이 될 수 있는 이유

파월의 말을 유심히 들어야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지난 23일 캐나다 중앙은행은 작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도입한 일부 시장 유동성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또 양적완화(QE)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같은 날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주택시장 상황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급등하는 집값을 감안하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신흥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터키 등은 3월 들어 금리를 한 차례 올렸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면서 세계 중앙은행들이 이제 조금씩 완화정책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풀이했습니다. 파월의 말도 그런 선상에서 해석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지난주 Fed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완화조치 연장 중단을 결정한 것도 이런 흐름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JP모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밥 미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가 SLR 조치를 연장하지 않은 것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조이기 위한 첫 발"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Fed는 작년 코로나 위기가 터진 뒤 금지해온 은행들의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6월30일 이후 허용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것도 팬데믹 위기 때 취한 비상조치를 하나씩 되돌리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문제는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가 실시한 국채 7년물 입찰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낙찰 금리는 연 1.30%로 입찰 전 시장금리보다 2.5bp 높았습니다. 또 응찰률은 2.23배로 파란을 불렀던 2월 말의 2.04배보다는 나아졌지만 역대 네 번째로 낮았습니다. 평균치는 2.28배지요. 다만 해외 투자자들의 낙찰률은 57.3%로 2월 38.1%보다 개선됐습니다. 7년물 입찰 결과가 발표되자 전 1.60% 밑으로 하락했던 10년물 금리는 1.64%로 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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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7년물이 원래 인기가 없는데다 근본적 원인은 워낙 최근 국채 발행물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작년에는 국채 입찰을 실시하면 한 번에 300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요즘에는 대부분 600억 달러 이상입니다. 이날 7년물도 620억 달러를 내놓았습니다. 특히 재무부는 발행금리가 올라갔는데도 모든 물량을 다 팔았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양의 국채를 내놓고 있을까요. 우선 작년 말 9000억 달러에 이어 이달 초 1조9000억 달러의 재정 부양책이 집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강력한 의사를 밝힌 것처럼 대규모 인프라딜도 추진됩니다. 통상적 미국의 재정적자는 최근 연 1조 달러 규모였는데 올해는 최소 4조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 재무부는 지난해 단기물 위주로 국채 발행을 늘렸지만 최근 장기물 위주로 바꾸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을 때 장기물 발행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그래도 아직은 견딜만 합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국채를 대거 발행해 Fed의 재무부 계좌(TGA)에 쌓아놓았습니다. 그 돈이 한 때 1조8000억 달러에 달했고 얼마 전까지도 1조6000억 달러 선이었습니다. 재무부는 그 돈부터 먼저 쓰고 있습니다. 이날 1조1000억 달러로 떨어졌으니 올들어 벌써 5000억 달러 이상을 국채 발행 대신 은행 계좌에서 꺼내썼지요.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리가 여전히 폭탄이 될 수 있는 이유

월가 관계자는 "부양책의 규모를 보면 TGA 계좌의 돈도 금세 다 쓸 것"이라며 "4월부터는 국채 발행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이고 금리는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 재무부가 오늘 7년물 발행 때 금리가 올랐는데도 모든 물량을 다 발행했다"며 "이건 더 높은 금리를 감내하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최근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 및 백신 보급에 따른 것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신 흑인과 라티노들의 고용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 얘기는 "금리가 올라도 신경쓰지 않겠다. 고용시장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 Fed가 뭔가 대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파월 의장이 벌써 '경기가 좋아지면 지원을 없애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등을 발표한다면 이상하지 않겠냐"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금리가 좀 올라도 연방정부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연방정부 부채의 듀레이션은 평균 7년에 달합니다. 금리가 좀 올라도 이자 부담이 금세 늘어나지는 않는 겁니다. 이날 파월 의장도 NPR 인터뷰에서 "낮은 수준의 금리를 고려할 때 미국이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부채 상환을 못 할 문제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일부 자산 가격이 높은 수준"이라는 말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올라 자산 가격이 좀 떨어져야한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물론 2013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물 금리가 1.5%에서 3%까지 오를 때도 뉴욕 증시의 강세장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기술주가 그 랠리를 이끌었지요. 경기가 Fed의 예상대로 좋아지기만 한다면, 기업들이 기대만큼 실적을 내기만 한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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