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투기적 수단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BTCC 설립자인 바비 리는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 30만달러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개당 6만2000달러에 달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5만5000달러 밑으로 밀렸다.

파월 의장은 이날 국제결제은행(BIS)이 주최한 화상 포럼에서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다”라며 “달러화보다는 금의 대체재 성격으로, 투기적 자산에 가깝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급락했다. 코인데스크 캡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급락했다. 코인데스크 캡처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이어 미국 통화 정책의 수장까지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달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극도로 비효율적이고 투기적”이라고 경고했다. 암호화폐가 자금 세탁과 재산 은닉, 테러 자금 모금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데다 채굴 과정에서 전기를 너무 많이 소모한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암호화폐 시장은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미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5시40분(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23일 오전 6시40분) 개당 5만4618.67달러로, 24시간 전 대비 3.9% 떨어졌다.

파월 의장은 또 Fed에서 자체 개발 중인 디지털 화폐의 최종 모델이 2년 후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Fed 산하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협업해 가상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의회와 정부, 대중들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아직 대중적인 참여 작업을 시작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왼쪽 위)이 22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이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CNBC 캡처
제롬 파월 Fed 의장(왼쪽 위)이 22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이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CNBC 캡처
BTCC의 리 설립자는 이날 CNBC에 출연한 자리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더 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은 지금보다 5배가량 높은 30만달러까지 치솟은 뒤 추운 겨울로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리 설립자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올해는 3~4년에 한 번 찾아오는 황소장이 될 것”이라며 “2013년과 2017년 역시 그랬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은 올 여름 10만달러, 연말에 30만달러를 기록한 뒤 이후 거품이 터지면서 90%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