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현재 미 경기는 완전한 회복세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통화 확장 정책은 물론 정부 지원도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말부터 가격이 뛴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해선 “변동성이 큰 투기 자산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 출석에 앞서 제출한 청문회 답변서에서 최근 경기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경기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건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업종은 아직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 참여율이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는데도 고용 위기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Fed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필요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국제결제은행(BIS)이 디지털 뱅킹을 주제로 연 화상 포럼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으로 볼 수 없다”며 “달러 대체 수단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금의 대체재 성격을 띠고 있는 투기적 자산에 가까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Fed가 자체 개발 중인 디지털 화폐와 관련해선 “최종 모델이 2년 뒤 공개될 것”이라며 “다만 먼저 의회와 정부, 대중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 이어 파월 의장까지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자 암호화폐 시장은 약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비트코인은 극도로 비효율적인 거래 수단일 뿐만 아니라 불법 금융에 악용될 수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