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기회?…모건스탠리 vs 뱅크오브아메리카 '충돌'

비트코인을 놓고 월가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맞부딪쳤다. 모건스탠리는 고객에게 비트코인 투자를 추천하기로 한 반면, BofA는 투기적 목적 이외엔 비트코인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1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비트코인 펀드를 만들어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받기로 했다. 월가 대형 은행 가운데 처음이다. 골드만삭스나 JP모간, BoA의 자산운용 부문은 고객에게 비트코인 직접 투자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비트코인 투자 기회를 주기로 한 건 고객 요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대한 익스포저를 늘리려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매우 중대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투자 대상은 갤럭시디지털의 비트코인 펀드 두 개와 FS인베스트먼츠와 NYDIG가 합작해 만든 비트코인 펀드 한 개다. 모건스탠리는 직원에 대한 교육이 마무리되면 이르면 다음달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은행은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을 감내할 여력이 있는 투자자에게만 기회를 줄 방침이다. 개인의 경우 최소 200만 달러 이상의 위탁자산과 '공격적 위험 성향'을 가진 투자자만 허용하고, 기업은 500만 달러가 넘는 잔고를 보유해야 한다. 이들은 전체 순자산의 2.5% 이내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BofA는 이날 '비트코인의 작고 더러운 비밀'(Bitcoin's dirty little secret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순전한 투기용 자산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또 소수가 비트코인의 95%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비트코인은 기회?…모건스탠리 vs 뱅크오브아메리카 '충돌'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BofA의 프란시스코 블랜치 상품·파생 담당 전략가는 "비트코인은 주식 및 상품과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으며, 달러 및 미국 국채에 대해선 중립적이거나 약간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보다는 심지어 주식이 인플레이션과 더 많은 상관관계가 있다”며 비트코인은 인플레 헤지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블랜치는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변동성 축소, 인플레이션 헤지 용도가 아니라 순전한 가격 상승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등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지난 10여년간 비교적 낮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실제 헤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고 설명했다.

BofA는 비트코인은 ESG(환경, 사회 및 지배 구조) 측면에서도 평균 이하 자산이라고 비판했다. 비트코인이 그리스만큼이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블럭체인의 민주성과 익명성은 S(사회), G(지배구조)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익명성의 경우 불법적 활동을 도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몇 달 새 월가의 여러 헤지펀드와 테슬라가 15억 달러를 투자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등했다. 블랜치는 기관투자자들의 편입 발표가 최근 핵심적인 가격 상승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BofA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약 95%는 전체 계정의 2.4%에 의해 통제된다. 블랜치는 이런 사실은 비트코인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블랜치는 "비트코인은 소유권 집중과 제한된 공급으로 인해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 조정 수익을 창출해왔다"며 "궁극적으로 이런 변동성은 비트코인이 지불 수단이나 부의 저장 메커니즘으로 실용적이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블랜치는 앞으로 10년이 흘러도 비트코인 가격은 외환이나 금, 은 등 상품에 비해 여전히 매우 변동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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