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리인상" 위원 3개월만에 3명 늘어
美 성장률 전망도 2.3%P 대폭 상향 조정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가 기다려온 중앙은행(Fed) 이벤트가 마무리됐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친 뒤 해산했고,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약 한 시간동안 성명서 낭독 및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차기 FOMC는 다음달 27~28일입니다.

FOMC 위원들은 당연히 제로 수준(연 0.00~0.25%)의 현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시켰습니다. 월 12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FOMC는 작년 3월 종전 금리(연 1.00~1.25%)를 한꺼번에 1%포인트씩 낮추는 빅컷(big cut)을 단행했고, 작년 6월부터는 매달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을 대량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습니다.

작년 12월 정례회의 때와 비교해 경제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명한 게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인플레이션 급등 우려는 일축했습니다.

오늘 발표한 FOMC 성명 및 파월 기자회견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6.5%로 상향 조정(작년 말엔 4.2% 전망)
② 내년 성장률도 3.3%로 양호할 것. 그 이후엔 2.2% 성장.
③ 지난달 6.2%였던 실업률은 연말에 4.5%까지 하락(작년 말엔 5.0% 전망)
④ 올해 인플레이션은 2.2% 상승(작년 말엔 1.8% 전망)


코로나 백신의 광범위한 배포와 대규모 부양책 덕분에 경제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고, 실제로 호전되고 있다는 걸 Fed가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FOMC 성명 이후 이어진 파월 브리핑에선 두 가지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우선 ‘경제 전망 요약’(SEP·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내 점도표(dot plot)입니다. 점도표는 FOMC 위원 18명(회의 참석은 12명)이 익명으로 제시하는 금리 전망입니다. 관행적으로 1년에 8차례 열리는 FOMC 정례회의 중 4회(3, 6, 9,12월) 발표됩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위원들의 성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 회의에선 전체 18명 중 한 명만이 내년에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으나, 이번에 4명으로 늘었습니다. 2023년 금리 인상을 점쳤던 위원이 작년 말엔 5명이었지만 이번에 7명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경기 회복 및 인플레이션 속도라면 내년에 제로 금리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FOMC 위원이 그만큼 늘었다는 겁니다.
작년 12월 발표된 점도표.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이 한 명에 불과했다.

작년 12월 발표된 점도표.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이 한 명에 불과했다.

17일(현지시간) Fed가 발표한 점도표.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이 4명 나왔다.

17일(현지시간) Fed가 발표한 점도표.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이 4명 나왔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이런 변화가 시장에 가져올 충격을 고려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는 관련 질문을 받자 “SEP는 FOMC의 공식 전망이 아니라 여러 위원들의 견해를 비교하기 위한 보충 자료일 뿐”이라며 “전망에 근거해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각 위원마다 경제를 바라보는 생각이 다를 수 있으며, 이런 전망 때문에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

파월 의장은 “정책 변화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상황이 우리 기준에 부합할 때 가능하다”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면서 “경제가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루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Fed가 그동안 정책 기조 변화의 전제로 내세운 건 최대 고용 및 적정 인플레이션입니다. Fed가 생각하는 최대 고용은 작년 2월 실업률(3.5%)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고, 적정 인플레이션은 2.0% 안팎입니다.

FOMC가 올해 말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2.2%로 봤으나 작년 8월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했기 때문에 물가가 일시적으로 2%를 넘더라도 기조를 바꾼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맨 위 왼쪽에서 두번째)이 17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맨 위 왼쪽에서 두번째)이 17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처방이 나올 지 여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Fed는 전혀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수익률 곡선 제어(YCC)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는 물론 은행권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 완화 연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장 일각에선 이번에 SLR 규제 완화 조치가 나올 것으로 봤습니다. Fed는 작년 3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후 은행권에 대한 SLR 규제를 1년간 한시 완화했습니다. 이 조치의 만료 시한이 이달 31일입니다.

이게 연장되지 않으면 은행들은 자기자본 규제를 맞추기 위해 보유 국채를 일정부분 매각해야 합니다. 국채를 시장에 내다팔면 채권값이 떨어지고, 시장 금리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파월 의장도 이를 의식해 “수일 내 SLR 규제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추가 답변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파월이 답변 자체를 거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CNBC의 설명입니다.

이날 채권 시장에서 벤치마크로 쓰이는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63%로, 전날 대비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파월의 기자회견 직전 1.67% 안팎으로 치솟았던 걸 감안하면 많이 진정됐습니다.

뉴욕증시도 FOMC의 회의 내용을 반겼습니다. 다우 지수는 0.58% 상승한 33,015.37, S&P 500 지수는 0.29% 오른 3,974.12, 나스닥 지수는 0.4% 뛴 13,525.20으로 각각 마감했습니다. 오전에 약세를 보이다 FOMC 성명서 발표 직후 급등세로 바뀌었습니다. 다우와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오전 내내 약세를 보이다 FOMC 발표 직후 강세로 돌아섰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오전 내내 약세를 보이다 FOMC 발표 직후 강세로 돌아섰다.

Fed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소 키운 건 사실이지만 이를 충분히 상쇄할 만큼 경기 및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시장이 원하는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인 모습을 Fed가 다시 한 번 보여준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Fed의 경제 전망과 점도표가 단 3개월 만에 상당한 정도로 바뀌었다는 점은 유의깊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제와 시장 상황이 바뀌면 Fed가 예상보다 빨리 달라질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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