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이달 첫 번째 국채 입찰이 9일(현지시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부진할 경우 국채 수익률(금리)이 다시 급등하면서 주요국 증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규모 물량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모두 소화됐다.

미 재무부가 이번주에 총 12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인 가운데, 첫 번째인 3년 만기 국채(580억달러어치)의 평균 응찰률이 2.69배로 기록됐다. 지난달 평균치(2.39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발행 금리는 평균 연 0.355%였다.

기관투자가들이 국채를 사려고 경쟁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채권 가격이 올라가고, 발행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다는 평가다. 최근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국채에 투자하려는 기관이 다시 늘었다는 분석이다. 옥션 이코노믹스는 “3년 만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면서 전체 시장에 안도감을 심어줬다”고 진단했다.

미 채권 시장에서 국채 장기물의 유통 수익률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날 10년 만기 금리는 연 1.55%로, 전날 대비 0.04%포인트 하락했다. 20년 만기는 연 2.16%로 0.04%포인트, 30년 만기는 연 2.26%로 0.05%포인트 떨어졌다. 1개월~1년짜리 단기물 금리는 전날 대비 변동이 없거나 소폭 반등했다.

앞서 재무부가 지난달 25일 7년 만기 국채 620억달러어치를 발행한 결과 평균 응찰률이 2.04배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충격을 줬다. 기관들의 수요 부진이 확인되면서 대다수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급등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당일 한때 1년여 만에 최고치인 연 1.6%대로 치솟기도 했다.

다른 만기의 국채 입찰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10년 만기 국채(380억달러어치) 입찰에 이어 11일 30년 만기 국채(240억달러어치) 입찰이 열린다. 위니 시저 웰스파고 신용전략부문 책임자는 “(경기 부양책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국채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게 문제”라며 “장기물 수익률은 기업 및 가계의 대출 금리와 직접 연동돼 있는 만큼 미국 경제에도 주요 변수”라고 지적했다.

장기 국채 입찰이 흥행에 실패해 국채 금리가 또 급등할 경우 오는 16~17일로 예정된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시장 개입 조치가 검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 개입 조치로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수익률 곡선 관리, 은행권 자본규제 완화 연장 등이 검토될 수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