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 거래' 국민청원까지…"서민도 주식투자하게 해달라"

개인 투자자들이 적은 금액으로도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소수점 거래’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고가 주식이 적기 때문에 행정적 비용을 들여 소수점 거래를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소수점 주식거래 제도 도입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해보려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소수점 거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제주’에 투자하려면 1주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진 게 많지 않은 서민은 투자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은 하루 만에 사전동의인 100명 기준을 넘겨 공개 검토 중이다.

현재 주식 거래 최소 단위는 1주다. 원하는 액수만큼 주식을 매매할 수 없고, 주식 가격에 맞춰 1주 단위로 사야 한다. LG화학을 사려면 최소 1주 가격인 90만4000원을 써야한다. 소수점 매매는 이 거래 단위를 1주가 아닌 소수점 단위로 낮추는 방식이다. 9만4000원을 내고 LG화학 0.1주를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사면 적은 돈으로도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는 “건강한 투자는 리스크를 분산하고 자산을 배분하는 포트폴리오 방식”이라며 “1주 단위 거래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면 목돈이 필요하지만 소수점 매매가 시작되면 소액 투자자도 자산을 나눠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우선 1주마다 주어지는 주식의결권을 여러 사람이 쪼개서 공유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또 1주 단위로만 전자 증권을 발행하는 예탁결제원 시스템도 개편해야 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제도개선에 앞서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고 이후에 장기적으로 증권사의 내부 주문 집행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점 거래가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 증시에 고가 주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1주 당 가격이 가장 비싼 주식은 LG생활건강(149만5000원)이다. 100만원을 넘는 종목은 LG생활건강이 유일하고, 50만원을 넘는 종목도 9개에 그친다.

반면 소수점 거래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미국은 고액 주식이 더 많다. 가장 비싼 버크셔헤서웨이 클래스A(BRK.A)는 한 주 가격이 37만달러, 한화로 4억원이 넘는다. 시총 3, 4위인 아마존(AMZN)과 알파벳(GOOG)은 각각 2977달러, 2033달러 수준이다. 미국에 상장된 주식 중 1000달러를 넘는 주식은 63개에 달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