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테크 시장에 거품이 끼었을까. 우선 현재의 밸류에이션에 기여했던 주요 이벤트를 돌이켜 보자.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압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밸류에이션이 상승했다(그림 1). 새 행정부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정책을 분명한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수익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키워온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최근의 경기 후퇴는 정책적으로 나아지고 있는 시점에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자료=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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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우리는 그린테크 투자에 대한 폭넓은 접근을 선호한다. 이미 가격이 충분히 매겨진 순수 분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산업과 지역에 걸쳐 다양하게, 선택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에너지 효율 분야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더 엄격해지는 배출 가스 규제의 혜택을 볼 것이다. 환경 컨설팅 서비스 회사의 경우 인프라 관련 법안이 통과할 때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특정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기업들에도 매력적인 기회가 엿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거품 위험 측면에서 큰 관심을 받는 산업에서 이미 많은 결실을 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몇 주 만에 연방정부의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미국 연방우정국(USPS)은 앞으로 10년간 16만5000대의 차량을 전동화 차량이나 연비 효율이 높은 차량으로 바꾸기로 했다. 미국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는 수천 대의 스쿨버스를 전동화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가 전기 및 연료 효율이 높은 통학버스 보급을 위해 지방정부 채권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연장선상에 있다. 몽고메리 카운티는 이를 통해 앞으로 20년간 1422대의 버스를 모두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튤립과 장미는 다르다

기업들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많은 글로벌 대기업이 청정 에너지원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 정책과 별개로 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린테크 시장에서 활동하는 개별 기업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주부터 최근 기업공개(IPO)한 소형주까지 다양하다. 예컨대 S&P 글로벌 클린 에너지 인덱스와 나스닥 OMX 클린 엣지 그리드 인프라스트럭처 인덱스를 살펴보자. 모두 재생 에너지 기업을 포함하고 있지만, 전자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 기업과 친환경 기술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후자는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 분야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자료=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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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도 실적과 성장 전망의 격차가 크다. 예컨대 일부 수소 연료전지 장비 업체는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대형 산업용 가스 업체들로 구성된 S&P 산업용 가스 하부산업은 수소 공급망의 중요한 부분인데도 지난 12개월간 S&P500보다 낮은 성과를 거뒀다.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전기 부품 관련 기업과 달리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기업 일부는 큰 폭으로 주가가 뛰었다. 우리는 전기차 시장이 폭넓게 성장할 것으로 믿지만 각 기업의 품질, 생산 능력 차이도 의식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어왔던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처럼 전기차 업체들도 리콜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리콜은 안전성과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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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테크 폭풍 성장 전망

하지만 순수한 기술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부 기업은 지속해서 높은 성장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등 일부 산업의 성장률이 선형적이기보다는 지수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작년에는 미국 발전량의 20%가 재생 에너지에서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 해상 풍력 발전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향후 몇 년간 연평균 25% 안팎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투자는 없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이들 업종의 눈부신 성장률을 고려할 때 더욱 더 그렇다. 우선 그린테크 산업, 특히 전기차 분야는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애플도 사실상 전기차 시장에 들어와 있다. 그린테크 공급망의 핵심 요소인 반도체 품귀 현상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 재생 에너지 시장의 일부는 상품 가격 상승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단기적인 역풍은 투자자들이 성장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을만한 요인은 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