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양패키징은 단순한 페트병 생산업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가가 달라졌다. ‘음료업계의 TSMC’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아셉틱(무균충전공법)’ 수요가 급증하면서 성장성과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가 재평가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페트병 하청업체가 아닌 음료업체로서 밸류에이션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조정장에서 11% 역주행

"음료업계 TSMC"…재평가 받는 삼양패키징
삼양패키징 주가는 최근 한 달(2월 4일~3월 3일)간 10.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0.15% 하락했다. 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삼양패키징이 주목받는 것은 페트병 매출이 줄고 아셉틱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페트병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1위 업체지만 주가는 작년 초까지 하락세였다. 페트병 마진이 5% 수준이고 유가 등 원재료 가격에 따라 실적이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아셉틱 수요에 힘입어 성장세로 전환했다. 삼양패키징은 작년 영업이익이 5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2%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음료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성장을 지속했다. 영업이익률도 2019년 11.1%에서 작년 14.2%로 높아졌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양패키징의 아셉틱 비중은 영업이익 기준 절반까지 확대됐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삼양패키징의 아셉틱 음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경쟁력은 반도체 파운드리산업의 TSMC와 비견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아셉틱 점유율 66%

아셉틱 공법은 음료를 초고온 살균 후 25~30도까지 급속 냉각하는 방식이다. 기존 고온 살균법(핫필링)이 85~90도까지만 냉각해 병에 주입하는 것과는 다르다. 급속도로 냉각하기 때문에 맛과 향이 보존된다. 온도가 낮아 박테리아 번식 가능성도 거의 없다. 뜨거운 온도를 견딜 필요가 없어 페트병을 기존 두께보다 25% 얇게 만들어도 된다.

품질과 경제성, 안정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아셉틱 공법은 음료업계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셉틱 시장은 연평균 16% 성장하고 있다. 페트병 시장 성장률은 5% 수준이다. 심지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류, 커피, 스포츠음료 등에서 아셉틱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마진은 페트병 대비 3~4배 높은 15~20%에 달한다.

삼양패키징은 국내 아셉틱 시장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 8개의 아셉틱 라인이 가동되고 있는데, 이 중 4개를 삼양패키징이 보유하고 있다. 오는 6월 5호기 증설이 완료된다. 아셉틱 생산량도 작년 8억 병에서 올해 9억 병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동원시스템즈가 경쟁사로 들어왔지만 성장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체가 커지고 있고, 추가로 경쟁사가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셉틱 시설은 라인당 투자비용이 400억원 넘어 중소기업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셉틱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양패키징의 올해 영업이익은 573억원으로 작년 대비 12% 증가할 전망이다.

“음료사로 재평가돼야”

실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2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8배다. 그동안 음료업체가 아닌 화학업체의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료 가격에 영향을 받는 페트병 제조업이 화학으로 분류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셉틱을 통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췄다는 분석이다. 밸류에이션이 낮은데 연간 배당수익률은 3.41% 수준이다. 심지현 연구원은 “안정성, 고마진, 고성장 모멘텀이 합쳐지면서 주가도 재평가되기 좋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DB금융투자도 음료사업에 8~9배 수준의 PER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음료 업종 PER은 20~25배 수준이다.

증권업계는 PER을 13배로 적용할 경우 3만원대까지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패키징의 목표주가는 3만원이다. 현재 주가 대비 30% 이상 오를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양패키징은 3일 2만1950원으로 마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