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증권사를 상대로 배당금을 50% 확대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이지만 업계에선 소액 지분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수지분 미국계 펀드, 대신증권에 주주제안
대신증권은 2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200원, 우선주 1250원 등 총 804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결의했다. 전년보다 주당 200원씩 늘었다. 대신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배당 성향(배당금총액/당기순이익)이 가장 높은 증권사로 알려져 있다. 회사 측은 “회사의 배당 성향은 47.2%(2020회계연도 기준)로, 회사의 배당정책 가이드라인인 30~40%를 초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만큼 이를 반영해 보통주 기준 8.59% 수준의 시가배당률(주당배당금/주가)로 현금 배당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2392억원(연결 기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14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940억원에서 1470억원으로 56.4% 늘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는 대신증권의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배당금 50% 증액, 이사 보수 한도 삭감 등을 요구했다.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수년간 국내 상장사들에 소액 지분으로 주주 활동을 펼쳐온 SC펀더멘털이 이번에도 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SC펀더멘털은 과거에도 GS홈쇼핑, 모토닉 등에 주주 제안을 했던 헤지펀드다.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감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을 활용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을 상대로 주주 활동에 나선 것은 2011년부터다. 당시 국보디자인에 감사 선임, 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지만 정작 경영 참여 후 3개월 만에 모든 보유 지분을 처분했다. 2016년에는 GS홈쇼핑에 주주제안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주주제안에 나섰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자신들을 GS홈쇼핑 지분 2%를 보유한 주주라고 밝혔지만 임시 주주명부를 확인한 결과 주주제안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안을 철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토닉에도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해 단기 차익을 취한 뒤 빠져나가는 행태를 보였던 회사”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 작년 호황을 빌미로 행동주의 펀드가 증권사들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증권은 최근 대신증권의 3년간 총주주환원율이 65.5%에 달한다며 맞서고 있다. 총주주환원율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총액, 자사주매입금 등 총주주환원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상장된 금융투자사의 2017~2019년 평균은 32%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헤지펀드 측에서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사주를 소각하면 처분을 통해 늘어날 수 있는 자기자본 확충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게 된다”며 “향후 자사주 가치가 올랐을 때 처분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마련한 재원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헤지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역시 “금융투자업은 자본 규모가 커질수록 더 큰 수익을 올릴 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적정 배당을 통한 손익유보를 통해 자본을 늘리고, 증가한 자본으로 유망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해 나갈 것”이란 뜻을 밝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