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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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증권가에서도 언택트 바람이 불었다. 코로나19로 생활이 단절되면서 증권사 창구를 찾지 않고 비대면 가입으로 주식에 입문하는 고객이 급증했다. 하지만 급격한 온라인화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도 많아졌다. 모바일 앱에 익숙하지 않은 40대 이상 ‘아재’들이다. 이런 고객을 위해 증권사들이 ‘온프라인’ 서비스에 나섰다.

손 느린 아재가 대다수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 온라인 고객 139만 명 가운데 27만 명이 온·오프라인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가입했지만 유선전화 등을 통해 오프라인 수준의 개별 컨설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삼성증권은 이런 사람들을 휴먼터치가 필요한 ‘온프라인’ 고객이라고 부른다. 이 중 82.8%인 22만 명이 40대 이상이다. 63.3%인 17만 명은 남성이다. 온프라인 고객의 주류가 40대 이상 남성인 셈이다.
비대면 가입+전화상담…'온프라인' 투자 열풍
온프라인 고객은 일반 고객과 다른 특성을 보였다. 온프라인 고객의 85.1%가 자산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현금을 보유한 고객은 6%에 불과했다. 주식에 ‘올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일반 온라인 고객 중 주식에만 투자하는 비중은 43.3%로 온프라인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온라인 앱 조작이 아니다. 이들은 전화 상담을 통해 투자 상담을 받기를 원한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전화 상담의 44.7%가 투자 상담과 주문에 관한 것이었다. 전화를 통해 주식 주문을 넣기를 원하는 고객도 있을 정도다.

전화로 종목 상담도

경기 성남시 분당에 거주하는 40대 치과의사 A씨도 그런 고객이다. 그는 작년 4월 주식에 처음 입문했다. 창구를 직접 방문하고 싶었지만 병원 영업 시간과 겹쳤다. 우여곡절 끝에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했지만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방법을 찾던 중 전화로 삼성전자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하던 중 인텔, TSMC 등 해외 주식에 대한 정보도 받았다. 결국 삼성전자를 추가 매수하고 TSMC까지 샀다.

A씨는 삼성증권의 ‘바로상담 서비스’를 이용했다. 삼성증권은 연초부터 온프라인 고객을 대상으로 원스톱 상담을 시작했다. 주식 주문, 계좌 이체 등 기술적인 응대만 하는 기존 상담과 달리 시장 전망, 종목 컨설팅 등 전문적인 상담까지 제공한다.

이를 위해 평균 12년 경력의 프라이빗뱅커(PB) 108명을 투입했다. 이들이 속한 디지털자산관리매니저(FM)팀은 작년 말 본부로 승격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일반 상담원이 아닌 PB가 전문 상담까지 원스톱으로 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작년 초 서울 여의도에 이어 지난해 9월 부산에도 디지털자산관리센터를 신설했다. 평균 10년 경력의 PB 46명이 실시간으로 국내외 주식과 금융상품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래에셋대우도 전문가 80여 명을 배치해 금융상품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도 인기

KB증권의 프라임클럽은 이달 구독자가 15만 명을 돌파했다. 월 1만원의 구독료를 내면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코로나19가 터진 직후인 작년 4월 처음 선보였다. 프라임클럽에 가입하면 MTS를 통해 시장 주도주, 매매 타이밍 등 투자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PB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월 1만원의 구독료만 내면 맞춤형 상담이 가능하다. 자신에게 맞는 PB를 ‘나만의 전문 상담가’로 지정해 이후에도 같은 PB에게 지속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고액자산가들만 이용하던 맞춤형 상담을 일반 고객까지 확대했다는 평가다.

오프라인 상담을 받는 온프라인 투자자들은 수익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온프라인 고객의 작년 평균 수익률은 85.9%를 기록했다. 일반 온라인 고객 수익률인 56.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온프라인 고객이 많이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차, 카카오, 셀트리온, 네이버로 집계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