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한 달간 30% 가까이 올랐다. 구리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영향이다. 경기 회복에 각국의 그린 뉴딜 정책으로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풍산은 지난달 26일 0.27% 오른 3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에만 28% 올랐다. 풍산의 사업은 신동사업부문과 방산사업부문으로 나뉜다. 신동사업은 동, 동합금 제품을 생산해 국내외에 공급하는 것이다. 방산은 탄약과 스포츠탄을 제조해 판매하는 사업이다. 동 가격 변화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2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t당 9614.50달러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경기 회복과 청정에너지 수요가 맞물리면서 구리 사용량은 급증하는데 재고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풍산은 올해 별도 기준 실적 가이던스로 매출 2조2237억원, 영업이익 1094억원을 제시했다. 전년 대비 각각 14.4%, 39.6% 늘어난 것이기는 하나 증권사 컨센서스보다는 낮았다. 풍산이 실적 가이던스를 낼 때 기준으로 제시한 구리 가격은 t당 7500달러다. 구리 가격이 이미 t당 9000달러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기준을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예상보다 낮은 회사의 실적 전망에도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간 배경이다. NH투자증권은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리 가격이 톤(t)당 900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14% 오르며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원자재 슈퍼사이클에 대한 전망은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금융위기 이후 구리 가격이 급등했을 때 중국은 역사상 가장 급격하게 건설 규모를 확대했다. 그때와 비슷한 규모의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희박하다. 중국 경기 회복세는 지난해 중국 내 코로나19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회복됐기 때문이다. 중국 내 M2 통화 공급량은 지난해 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보다 천천히 증가했다. 정부는 주요 부동산 기업과 가계의 '레버리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을 위한 부채 주도 성장은 정부 차원에서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이전에 기대했던 것과 같은 인프라 투자도 이뤄질 확률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리의 경우 장기적으로 강세가 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전기 및 수소차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유는 지금의 구리 가격이 팬데믹 이전보다 45%나 상승한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탈석탄화된 미래에 대한 기대가 그 정도로 강력하다기엔 탈석탄 시대에 환영받지 못하는 원유 가격이 함께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단기 미스매치로 가격 급등을 설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WSJ은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페루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이 이어지면서 구리 공급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급 불일치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WSJ은 덧붙였다. 구리와 니켈, 아연 가격이 강세는 단기간 수급 불균형과 '핫머니 유입'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만약 이 분석이 맞다면, 투자자들은 이처럼 빠르게 급등한 원자재 가격은 투기적 자금이 증발되고 나면 그만큼 빨리 꺾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지금의 가격 급등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국제 구리 가격이 치솟고 있다. 건설 전기 전자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구리는 글로벌 수요 동향에 민감해 가격이 오르면 시장은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본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서 구리를 원료로 쓰는 풍산 주가에도 관심이 커졌다.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풍산의 이익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24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현물) 가격은 톤(t)당 9286달러로 연초(7918.50달러) 대비 17.04% 뛰었다. 2011년 9월 이후 최고가다. 최근 5년 사이 저점인 톤당 4504.0달러(2016년 6월10일)와 비교하면 105.7% 급등한 수준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구리 가격은 지난해 4617.50(3월27일)달러까지 하락했지만 4월 이후 빠르게 상승해 9000달러선을 넘어섰다. 구리 가격이 상승한 것은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리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삼성선물에 따르면 중국은 춘제(설) 이후 지방정부들을 중심으로 초대형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가 잇달아 착공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에서도 극심한 한파가 이어지면서 노후 인프라에 대한 교체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두,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이 선물사 김광래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의 실물 수요 증가 기대감이 구리 가격을 강세로 이끌고 있다"며 "미 국채금리와 물가상승 압력으로 인한 위험회피(헷지) 수요가 늘어난 점도 구리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했다.전선·합금 등 산업 전반에서 쓰이는 구리는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로 불린다. 구리 수요가 살아나면서 이를 재가공하는 기업들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있는 풍산이 대표적이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풍산이 생산해 판매하는 전기동(전선·배선에 쓰기 위해 정련한 구리) 등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개선된다. 구리 가격이 처음 톤당 9000달러를 넘어선 지난 22일 풍산 주가도 당일에만 11.08% 상승했다. 23일과 24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하기는 했지만 이날 오전 9시56분 기준 직전일보다 1150원(3.31%) 상승한 3만5850원을 기록 중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부양책과 경기 회복 기대감이 구리 가격 랠리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구리 가격 변동에 따른 이익 민감도가 높은 풍산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매출 추정치는 전년 대비 15.52% 급증한 2조9961억원이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3.94% 늘어난 1623억원, 순이익은 43.17% 뛴 1030억원으로 예상된다.증권가에서는 풍산 목표주가를 최고 4만5000원(삼성증권)까지 제시했고, 유진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도 4만3000원을 전망했다.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구리와 원목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국제 선물시장에서 구리는 9년만 최고가를, 목재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는 9년만에 t당 9000달러선을 넘겼다. 3개월 선물이 장중 2011년 이후 최고가인 t당 9269.5달러에 거래됐다. 올초 대비 18% 오른 가격이다. 구리는 전기·전자·통신·건설 등 각종 산업분야에서 필수로 쓰여 선물 가격 추이가 경기 선행척도로 통한다. 전선, 케이블, 동판, 파이프 등에 들어간다. 구리를 제련해 순도를 높인 전기동은 전기·전자·통신·항공우주 분야 주요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에도 구리가 들어간다. 최근 구리 시장에선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구리 제련 마진이 떨어지면서 각 제련소도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않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구리 제련 마진이 최근 t당 45.50달러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주요 공급업체 중 한 곳은 이미 생산량 삭감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이 수요를 밑도는 추세에 구리 시장에선 백워데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현물 계약이 선물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LME 구리 재고가 급격히 줄면서 현물에 프리미엄이 붙었다"며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음을 시사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티그룹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원자재 부문의 맥스 레이턴 대표는 "구리 가격의 강세 요인은 매우 많다"며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리 역대 최고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구리 역대 최고가는 2011년 2월 나온 t당 1만190달러다. 이날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목재 근월물은 1000보드피트(bf)당 1022.3달러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목재 가격은 올들어서만 42.3% 폭등했다.목재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등세다. 코로나19 이후 도시를 벗어나 교외의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많아졌고, 집 수리와 개조에 나선 이들도 증가한 것이 수요를 끌어올렸다. 지난 18일 미 상무부는 지난달 미국 주택 착공 허가 건수가 188만1000건으로 전월 대비 10.4%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6년 5월 이래 14년8개월 만에 높은 수치다. 신규 주택 착공 허가 건수는 통상 1~2개월 후 착공 건수로 잡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