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삼성전자 주가는 급등했다. 6만원만 가면 주저앉아 붙은 ‘6만전자’란 오명을 털어내더니 지난 1월 11일에는 9만1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주가 올들어 25%, 마이크론 23% 상승
비메모리 반도체 성장에 경기 회복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졌다.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족’의 매수세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너무 빠르게 오른 주가는 뒷걸음질쳤다. 이후 바통을 SK하이닉스가 이어받았다. 올 들어 삼성전자가 5.31% 오르는 동안 SK하이닉스는 25.32%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00조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오로지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D램 현물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낸드도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에는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낸드 가격이 반등하면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3대 메모리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 주가도 올해 들어 23.06% 올랐다.

SK하이닉스 주가 올들어 25%, 마이크론 23% 상승
업황 회복 시점에 발표된 공격적인 투자소식은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로부터 5년간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금액은 약 4조8000억원이다. 그동안 메모리업계에서는 삼성전자만 D램 제조에 EUV 장비를 도입했다. 장비 가격이 대당 2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데다 공급이 부족해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다.

시장은 투자 비용보다 효용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했다. SK하이닉스도 EUV 장비를 도입하면서 D램에서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5일 9.19% 오른 14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월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이 현실화하면 메모리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 메모리 사이클에서는 순수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 주가 상승폭이 더 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세트업계의 비수기인 만큼 삼성전자보다는 순수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가 주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SMC와 DB하이텍 등 파운드리 업체들은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의 혜택을 누렸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올해 들어서만 21.33%, DB하이텍은 14.12% 올랐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