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가 합병할 때 주가를 근거로 합병 비율을 매기는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 조항은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도 합병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법안 마련에 들어갔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합병가액 산정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기업 간 합병은 원칙적으로 상법에 따른다. 상법에는 합병절차에 대한 규정만 있다. 합병가액·비율 등의 산정 방법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시행령은 상장사 간 합병 시 최근일과 1개월·1주일 평균 종가를 가중평균한 값, 즉 시장가치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했다.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합병하는 경우엔 상장사는 시장가치를, 비상장사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값을 합병가액으로 삼아야 한다.

손 교수는 “합병가액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법률도 아닌 시행령이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명문화한 것은 시장가치와 본질가치 간 괴리를 일으켜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비율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수년간 합병을 놓고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난해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 합병, 한국앤컴퍼니와 아트라스BX 합병 등이 대표적인 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