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탐구 - MTS시장 '판' 흔든 NH투자증권

하루 사용자 130만명 '전성기'
"IB通 정영채 디지털도 잡았다"

투자 고수 매매 종목 알려주고
서학개미에 '나이트홈' 서비스
손실 본 20대 위한 콘텐츠 제공
2017년 8월, NH투자증권 노조가 반발했다. 이벤트 때문이었다. NH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나무를 통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를 ‘평생’ 우대해주는 행사였다.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과 사업부에서 우려를 표했다. 이미 매매수수료를 업계 최저인 0.01%로 인하한 후였기 때문이다. 이벤트는 두 달 만에 끝났다. 이벤트 기간에 하루평균 개설 계좌는 이전의 20배로 늘었고, 8000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카뱅 손잡고 2030 품다…NH투자증권 '나무'의 '영웅문' 추격기

(1) 수익보단 플랫폼 장악이 먼저
2016년 출시된 모바일증권 나무는 이렇게 시작했다. 차근차근 점유율을 확대하더니 코로나19로 이용자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나무는 23일 현재 동시접속자 36만 명, 하루 사용자 130만 명, 월 사용자 23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지점 영업 없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MTS만으로 리테일업계 1위인 키움증권의 영웅문을 바짝 추격 중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IB본부장 출신인 정영채 사장이 리테일까지 공격적으로 할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SK커뮤니케이션즈, 현대캐피탈 등을 거쳐 NH투자증권에 합류한 안인성 디지털솔루션본부장은 “SK텔레콤이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의 등장을 과소평가하다 1조원이 넘던 문자메시지 매출이 0원으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봤다”며 “플랫폼으로 고객을 모으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고 했다. 트래픽이 생기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2) UX 최적화로 고객을 가둬라
나무를 쓰기 시작한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컴퓨터에서 쓰는 HTS를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왔다. 나무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사용자경험(UX)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계좌를 쉽게 개설하도록 만들었다. 계좌 개설을 시도한 고객이 계좌를 트는 데 성공하는 비율을 40%에서 75%로 끌어올렸다. 쌓인 데이터로 고객의 투자를 돕는 기능도 추가했다. 수익률이 좋은 상위 5% 고객이 어떤 종목을 사고파는지 알려주는 ‘투자고수의 선택’이 대표적이다.

‘나이트홈’ 기능도 넣었다. 오후 6시가 되면 홈 화면이 저절로 어두워지면서 해외(미국) 주식 중심으로 바뀐다. 나이트홈 기능을 추가한 뒤 해외 주식 고객은 400% 늘었다.
(3) 2030 지나가는 길목을 지켜라
‘길목 지키기’를 한 것도 주효했다. 마케팅과 광고만으론 나무를 알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모든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했다. 작년 나무에서 계좌를 개설한 이용자 150만 명 중 47%인 72만 명이 카카오뱅크를 통해 들어왔다. 나무를 통해 계좌를 개설한 전체 신규 이용자의 66%가 20대였다.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한 자산 관리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외부 데이터와 결합해 투자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쿠팡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자주 구매하는 이용자에게 나이키 주식을 연결해주는 식이다.
(4) 모바일 고객의 계좌를 빨갛게
나무를 통해 주식 세계에 뛰어든 2030세대를 위해 구독 콘텐츠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나무를 통해 계좌를 개설한 20대 고객의 50%가 손실(10월 기준)을 보고 있었다. 30대 계좌의 40%도 손실을 내고 있었다. 영업점에서 계좌를 개설한 2030의 손실 계좌 비율은 20~30%에 불과했다.

비대면의 약점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비대면 고객은 PB와 상담할 수가 없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투자 습관을 길러주자는 게 목적이다. 유튜브에서 주식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과 연계한 구독 콘텐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김두헌 NH투자증권 디지털영업본부장은 “고객이 자산을 모으고 불리고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투자 습관을 형성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