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란의 해외주식2.0'은 파괴적인 혁신기업의 핵심 사업모델을 분석해 인사이트를 발견합니다.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에 연재되며, 유튜브채널 '주코노미TV'에서 영상으로 먼저 만날 수 있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가 일으킨 투자열기가 기업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2월 둘째 주에만 26개 스팩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11개 스팩이 대상기업과의 합병 협약, 즉 Definitive Agreement 체결을 발표했고요.
정보업체인 스팩트랙에 따르면 올 들어 2월16일까지 총 148개 스팩이 IPO를 통해 455억달러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스팩 돌풍이 일었던 2020년 248개 스팩이 IPO를 통해 829억달러를 조달한 것과 비교하면, 한달 반 만에 작년의 절반 수준을 넘어선 것입니다.
스팩에서도 가장 핫한 섹터는 단연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입니다. 그래서 지난 시간엔 스팩과 합병협약(DA•Definitive Agreement) 체결 단계에 있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을 살펴 봤는데요. 이번엔 합병대상 기업을 아직 물색 중인 ‘탐색(Searching)’ 단계에 있는 유망 스팩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탐색 단계 스팩
합병대상이 정해지지도 않은 탐색 단계 스팩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요?
스팩은 기업인수목적회사로 백지수표회사(Blank check company)라고 불립니다. 2~3년 안에 IPO로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합병대상 기업을 재상장 시키는 게 목적인 회사입니다.
스팩은 4단계 생애주기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스팩 설립 후 증시에서 자금 공모(IPO)를 하기 전(Pre-IPO) 단계 → 상장 이후 합병대상을 탐색하는 단계(Searching) → 합병 대상기업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는 단계 → 대상기업과 합병 협약서(DA)를 체결하는 단계 → 합병이 완료되고 대상기업이 재상장하는 단계로 구분됩니다.
현재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412개(2월16일 기준) 스팩 가운데 탐색단계는 329개로 가장 많습니다. LOI 단계는 4개, DA 단계는 79개입니다. Pre-IPO 단계 스팩도 134개에 이릅니다.
2021년 2월16일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스팩(SPAC)은 412개, 상장을 앞둔 pre-IPO 스팩은 134개로 스팩 시장 열기가 뜨겁다.주가 측면에서 보면 LOI와 DA 발표 직후 가장 가파르게 오른 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했다가, 합병완료 즈음 다시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이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탐색 단계 스팩은 공모가인 10달러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합병대상을 찾을 경우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즉, 될 성부른 나무의 떡잎 시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탐색 단계 스팩으로 몰리게 되는 거죠.
탐색 단계 스팩 선별법
탐색 단계에 있는 유망 스팩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 방법은 유명한 사람이 참여한 스팩을 고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CEO 출신이 스팩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포함됐는지, 월가의 저명한 투자회사가 스폰서로 나섰는지, 스팩 합병을 성공시킨 회사가 연쇄 설립한 스팩인지를 살펴보는 거죠.
스팩은 대상기업과 합병 전까지는 껍데기 회사일 뿐입니다. 때문에 스팩을 운영하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게 향후 좋은 기업과 합병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논리입니다.
유명인들이 설립한 스팩은 뉴스로 바로 바로 나오는데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SPACs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올리는 핫이슈와 뉴스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개별 스팩의 상장 규모와 주요 경영진, 스폰서 등을 포함한 공식문서는 SEC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보업체 스팩트랙에서는 모든 스팩의 정보를 엑셀 형식으로 볼 수 있어 면밀히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방문해볼 만합니다. 스팩인사이이더에서도 스팩 일정, 합병협약 정보 등을 볼 수 있고요.
두 번째 선별 방법은 탐색단계 스팩에 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보유종목들을 살피는 겁니다. 미국증시에 상장된 스팩 ETF 3개 가운데 SPCX ETF가 바로 합병협약(DA) 이전 단계 스팩 80여개에 분산 투자하고 있는 상품입니다.
운용사는 강력한 스폰서가 있는 스팩일수록 장기적으로 성과가 좋을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결국 탐색 단계에서는 누가 만든 스팩이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 방법론을 설명 드렸는데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유명인이 참여한 스팩과 SPCX ETF이 보유한 종목을 총망라해 꼽은 유망 스팩은 어디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스팩 킹, 차마스
월가 운용업계 스타로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가 꼽힌다면, 스팩 업계에는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이 있습니다. 페이스북 부사장 출신으로 벤처캐피탈업체 소셜캐피탈헤도소피아를 설립해 워런버핏과 자주 비교되며 ‘리틀버핏’으로 불렸는데요. 소셜캐피탈헤도소피아가 잇따라 스팩 합병을 성공시키면서 단숨에 ‘스팩 킹’ 자리에 올랐습니다.
'스팩 킹'으로 불리는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소셜캐피탈 CEO / 출처: 뉴욕타임스소셜캐피탈은 지금까지 6개의 스팩을 출시했는데요. 1호 스팩은 올해 우주관광선을 출발시킬 예정인 버진갤럭틱(SPCE)과 성공적으로 합병해 주가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2호 스팩은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 오픈도어(OPEN)와, 3호 스팩은 미국 온라인 보험서비스기업 클로버헬스(CLOV)와 합병을 마무리했습니다.
올 들어 1월7일엔 5호 스팩 IPOE가 유망 핀테크기업 소파이(SoFi)와 합병협약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번 차마스의 명성을 확인시켰는데요. 나머지 4호, 6호 스팩인 IPOD와 IPOF는 아직 합병대상을 물색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이미 매수세가 몰리면서 IPOD 주가는 16달러, IPOF는 15달러 수준입니다. 공모가 10달러 대비 이미 50~60% 이상 주가가 오른 셈이죠.
차마스와 관련된 스팩 가운데 SPCX ETF가 보유한 종목은 무엇일까요? SPCX는 2월16일 기준 소파이와 합병협약(DA)을 체결한 IPOE는 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합병대상 발표 이전 단계인 IPOD, IPOF는 각각 1.62%, 1.38% 보유하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줄줄이 스팩 출시
월가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도 잇따라 스팩 시장에 뛰어 들고 있습니다.
헤지펀드업계 샛별로 불리는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스퀘어 캐피털매니지먼트는 스팩 퍼싱스퀘어 톤틴홀딩스(PSTH)를 설립했습니다. 2020년 7월 스팩 사상 최대 규모인 40억달러 자금을 공모했습니다. 스트라이프와 합병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아직 인수대상을 찾고 있습니다.
최근 인텔에 반도체 제조사업을 없애라고 요구한 행동주의 투자가로 잘 알려진 대니얼 로엡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스위스 환전서비스회사 글로벌블루(GB)를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시켰습니다.
헤지펀드 스타보드밸류 CEO 겸 파파존스피자 회장인 제프리 스미스도 스팩 큰손으로 꼽힙니다. 제프리 스미스는 2020년 9월 스팩 스타보드밸류액퀴지션컴퍼니(SVAC)를 출범시키고 3억4500만달러를 공모했습니다. 유망 기업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인수하는 투자 전략을 갖고 있다는 업계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프리 스미스 헤지펀드 스타보드밸류 CEO / 출처: 스타보드밸류지난해 10월 7억5000만달러 규모로 IPO한 Ajax I(AJAX)도 화려한 ‘드림팀’이 만든 스팩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오-지프 캐피탈을 설립한 대니엘 오와 MSD캐피탈 공동창업자인 글렌 퍼만이 운영하는 스팩입니다.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 스퀘어 공동창업자인 짐 맥켈베이, 23앤드미 공동창업자 앤 워치스키, 치포틀 창업자 스티브 엘스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Ajax는 중국 핀테크, 소비자섹터 분야 기업을 인수할 계획입니다.
이중 SPCX ETF가 보유한 종목은 무엇일까요? 2월16일 기준 SPCX가 최고 많이 보유(4.33%)한 종목은 바로 제프리 스미스의 스타보드밸류(SVACU)입니다. 빌 애크먼과 대니엘 오가 만든 스팩엔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9월 8억2800만달러 규모로 IPO한 스팩 콘 로빈슨 홀딩스(CRHC)은 트럼프 경제 수석보좌관을 지낸 개리 콘과 KKR의 파트너로 활동한 클리프톤 로빈슨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CRHC는 SPCX ETF가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종목(3.12%)이기도 합니다.
페이팔, 팔란티어 등에 초기 투자한 틸캐피탈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브릿지타운홀딩스는 BTWN, BTNB 두 개의 스팩을 설립했는데요. 동남아 핀테크를 인수할 계획입니다. 스팩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매튜 댄자이젠 틸 캐피탈 파트너는 국내 사모펀드 크레센도에도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이중 BTNB는 SPCX ETF가 보유한 상위종목 5위에 들어갑니다.
지난해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스포츠베팅회사 드래프트킹의 CEO 제이슨 로빈슨도 호라이즌액퀴지션을 만들어 스팩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빌보드지를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그룹 엘드리지인더스트리의 토드 보일리(Todd Boehly)가 참여하고 있는데요. 호라이즌액퀴지션은 2020년 8월 1호 스팩 HZAC를 상장시킨데 이어 10월엔 2호 스팩 HZON을 IPO 했는데요. HZAC는 SPCX ETF가 보유한 상위 종목 10위에 들어갑니다.
지난해 9월 6억9000만달러 규모로 IPO한 리인벤트 테크놀로지 파트너스(RTP)는 링크드인 공동창업자이자 페이팔 CEO를 지낸 리드 호프만과 온라인 게임회사 징가 의장을 맡고 있는 마크 핀커스가 공동 선임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RTP는 도심항공모빌리티 회사 조비에비에이션과 합병설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RTP는 2월16일 기준 SPCX ETF의 보유종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스팩 RTP와 합병설이 난 조비에비에이션의 도심항공모빌리티 모습 / 주코노미TV 캡처
새내기 스팩주
2월에 상장한 새내기 스팩주 가운데 유명인이 참여한 스팩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737맥스의 추락사고로 불명예 퇴진을 한 보잉의 전 CEO인 데니스 뮬렌버그는 뉴비스타엑퀴지션(NVSA) 2월16일 2억4000만달러 규모로 IPO 했습니다. 우주항공, 통신, 항공모빌리티, 물류 분야 기업을 인수할 예정입니다.
시리즈 스팩도 줄줄이 상장하고 있는데요. 처칠캐피탈의 6호(CCVI), 7호(CVII) 스팩도 2월12일 상장했습니다. 7호 스팩 CVII의 IPO 규모는 12억달러에 달합니다.
아폴로스트레티직그로스캐피탈도 지난 9일 6억9000만달러 규모로 2호 스팩 APGB를 IPO했습니다. 라자드운용사가 만든 라자드그로스액퀴지션은 같은 날 5억7500만달러 규모 LGAC를 IPO시켰습니다.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주요 스팩(SPAC)
SPCX 상위종목
SPCX ETF가 보유한 스팩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SPCX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직전 영업일 기준 보유종목 86개가 매일 업데이트가 되는데요.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이 아니라 펀드매니저가 수시로 스팩을 매매하는 액티브 ETF입니다.
얼마나 액티브하게 운용되는지 알 수 있는 게, 2월9일 기준 루시드모터스와 합병소문이 돌면서주가가 급등한 CCIV가 1위 보유종목에 들었지만, 사흘 뒤인 12일엔 보유지분이 0%였습니다.
같은 기간 수소전지 트럭회사인 하이즌모터스와 합병 협약(DA)을 맺은 DCRB의 보유지분을 반으로 줄였습니다. 아무래도 SPCX가 합병협약 이전 탐색단계 스팩에 집중 투자하는 ETF이다 보니 일종의 약혼이 성사된 스팩엔 관심이 덜한 것 같습니다.
SPCX의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앞서 설명한 스팩 외에도 블랙스톤운용사가 만든 PRPB가 있습니다. 고어그룹 창업자 알렉고어가 만든 GRSV도 올랐는데, 이 스팩은 2월13일 아르다그룹의 음료캔 업체와 합병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만든 SVFA, 태양광 등 인프라 기업을 인수하려고 하는 HCIC, 유럽 기업을 찾고 있는 AVAN 등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탐색단계 스팩(SPAC)에 집중 투자하는 SPCX ETF 보유종목
어떻게 투자할까
유명인이 참여한 SPAC이라고 해서 SPCX ETF의 투자대상은 아닙니다.
스팩은 상장 이후 합병대상을 찾기까지 보통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그만큼 주가가 공모가 수준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만큼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ETF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 스팩 보다는 합병대상 탐색이 어느 정도 됐을법한 스팩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 합병협약을 맺기 전에 스팩 주가가 유명세 하나로 급하게 오를 경우, 합병비율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위험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매일 신규 IPO와 합병소문 합병일정 등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탐색단계 스팩에 집중 투자하는 ETF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M&A시장에 올라탈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ETF 수익률에 만족할 수 없는 투자자라면, 좋은 경영진과 스폰서가 합류한 스팩 리스트를 펼쳐놓고 뉴스 흐름을 따라가면서 선별 투자해야 할 텐데요.
유망 스팩이라 할지라도 너무 비싸게 사면 주가 변동성을 이기기 쉽지 않죠. 여러 경험자들은 인수합병 기업을 찾고 있는 탐색단계 스팩은 12달러 이내에서 투자한다면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20% 빠지더라도 변동성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를 내건 중국의 지난해 자급률이 15%대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시장(판매액) 규모는 1430억달러로 2019년 대비 9% 커졌다. 중국은 2005년부터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 반도체 기업이 올린 매출의 비중은 전체의 5.9%에 그쳤다.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포함해 중국 내에서 제조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집계됐다. 2019년 15.6%에서 0.3%포인트 올라갔다. 나머지는 모두 수입했다는 의미다. IC인사이츠는 중국에서 판매된 반도체의 60%가량이 전자제품에 장착된 다음 해외로 수출되는 것으로 추산했다.중국에서 팔린 반도체를 제품별로 보면 로직 칩(논리연산 반도체)이 26.2%로 가장 많았다.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22.8%로 그 뒤를 이었다. 메모리반도체인 D램이 18.8%, 낸드플래시가 11.1%를 차지했다.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비율(자급률)을 70%까지 올린다는 '반도체 굴기'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에 들어가는 고급 반도체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대표 통신장비·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에 자국 기술과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를 가하는 등 험난한 장벽에 맞닥뜨린 상태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미국 뉴욕증시 급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국채 장기물 금리는 23일(현지시간) 채권 시장에서 다소 진정됐지만 불안감은 여전합니다.10년물 수익률은 이날 연 1.37%로 전날과 같았으나 30년물의 경우 0.02%포인트 올라 연 2.21%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1월 22일 이후 최고치입니다.그나마 10년물 금리의 추가 상승을 막아준 건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이었습니다.파월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상원 금융위원회에 화상 방식으로 출석해 약 2시간 40분동안 경기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의원과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비둘기파’(통화 완화)적 발언을 쏟아냈습니다.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의 진로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속도 및 통제 정도에 좌우된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기가 크게 둔화했고 ‘약한 고리 업종’에 타격이 집중됐다- 경기 회복은 고르지 않고 완전하지 않은 상태이며, 전망 역시 매우 불투명하다- 작년 11월~올해 1월 신규 일자리가 평균 2만9000개에 그쳤을 정도로 개선 속도가 늦다- 인플레이션 목표는 2.0%인데, 이를 약간 웃돌아야 장기 평균을 2%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고용과 인플레 목표를 충족할 때까지 Fed 정책(초저금리 및 채권매입)을 유지하겠다즉 현재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고, 이 때문에 통화 완화 정책을 거둬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Fed의 목표는 완전고용(3.5~4.0%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2.0% 초과)이란 걸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최근 유가 급등과 같은 이유로 물가가 서서히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파월은 “장기 평균을 내 2.0%를 초과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참고로 작년 12월과 올 1월의 물가 상승률은 1.4%였습니다.)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도 상승 추세였는데 파월 발언 이후 진정됐고, 이틀 연속 떨어지던 주가 역시 안정됐습니다.사실 파월의 경기 진단은 종전과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시장이 원했던 ‘추가 완화’ 정책을 시사하지도 않았지요. 그런데도 시장은 파월의 모든 언사를 호재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미 전날 급락에 따른 반등을 준비하고 있었고, 파월 발언이란 계기가 필요했던 것인지 모릅니다.파월 발언 중 “우리 행동이 가계와 기업, 지역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주식·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Fed가 원하지 않고 있다는 뉘앙스로 들렸습니다.파월은 24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자정) 하원에 또 출석합니다. 여기서도 소속 위원회 의원들과 화상 방식의 질의응답을 갖습니다. 국채 금리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 지 주목됩니다.일각에선 파월이 수익률곡선관리(YCC·Yield Curve Control)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치솟는 물가 상승률이 YCC 정책을 펼 수밖에 없도록 Fed를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YCC는 장기물(10~30년) 금리가 특정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국채를 적극 매수·매도하는 비(非)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입니다.예컨대 국채 금리 타깃을 설정해 놓고, 이를 초과해 상승할 경우 당국이 채권을 무제한 매입해 강제로 떨어뜨리는 방식입니다. 금리 상승에 따른 기업·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지요.다만 실물경제와의 괴리에 따른 통제력 상실 위험이 상존하고, 언젠가 YCC를 중단할 때 금리 상승 압력이 한꺼번에 터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출구 전략을 시행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파월을 포함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다수는 작년까지 “YCC를 검토할 수는 있으나 실제 시행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지금은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제 유가가 예상과 달리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슈퍼 부양책 역시 물가를 자극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작년만 해도 “경기가 나쁘다”는 파월 발언이 유동성 확대로 해석됐으나, 더 쓸 카드가 많지 않은 지금은 호재로만 인식되기 어렵습니다.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겁니다.국채 금리 급등이란 발등의 불을 끌 수 있는 YCC 카드. 파월이 이 카드를 쓸 수 있을까요.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원자개 가격 급등세를 이끌고 있다. 블룸버그 상품지수는 지난 22일 하루에만 1.6% 상승하면서 8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국제유가는 작년 11월 이후 70%에 가까이 폭등했다. 또 S&P 에너지 업종은 올들어 27% 상승했다.UBS는 23일(현지시간) "이를 새로운 원자재 슈퍼 사이클의 시작이라고 보지 않지만 최근의 상품 랠리는 더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투자자들이 단기든 장기든 이러한 추세를 이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추천했다. 다음은 UBS가 추천한 원자재 투자법이다.① 위험 성향이 높은 투자자라면 직접 노출을 시도할 수 있다.백신 보급이 점점 빨라지면서, 다음 분기에는 경제 정상화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경 폐쇄와 검역 조치가 완화될 것이고, 여행과 다른 레저 활동을 향한 억제된 수요는 터질 것이다.이는 석유 수요를 증가시킨다. 세계 석유 수요는 올해 하반기 하루 1억 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9400만 배럴에 비해 급증하는 것이다. 또 2022년 하반기엔 1억200만배럴로 증가해 팬데믹 이전의 최고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다.이런 수요 증가로 인해 유가에 직접 투자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위험 성향이 높다면 투자할만 하다. ② 에너지, 그리고 경기순환주를 매수하라경기 회복이 빨라지면 지난해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에너지 주식 등이 상대적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중소형주와 일부 금융주를 선호한다. 글로벌 경기 회복기에 좋은 성과를 보여온 이머징마켓의 가치주도 추천한다. ③ 클린에너지의 장기적 잠재력을 소홀히 봐선 안 된다경제활동이 정상화됨에 따라 유가가 회복되겠지만, 그 과정에서도 신재생에너지가 점차 화석연료를 대체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장기적으로 유가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우리는 △ 풍력 및 태양광(PV) △ 배터리 구동 전기차 △ 건물에 쓰이는 저탄소 및 혁신적 에너지 기술 등 세가지 전통적 에너지 산업을 뒤흔들 기술들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원유를 사거나 에너지 관련 주식을 사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청정에너지에 대해 집중할 것을 조언한다.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