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한세실업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이다. 두 회사 주가는 지난해 부진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들자 의류 구매 수요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올 들어선 두 회사 주가가 나란히 반등하고 있다. 상승폭은 영원무역(26.18%)이 한세실업(11.14%)의 두 배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향후 상승 여력도 영원무역이 더 크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 이후 호조를 보이고 있는 스포츠웨어 부문 비중이 높아서다.

'스포츠웨어 강자' 영원무역, 코로나 딛고 '훨훨'
영원무역은 22일 1.39% 오른 4만원에 거래를 마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횡보하는 가운데도 26.18%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2월 고점을 넘어선 가격이다.

영원무역 주가가 강세인 이유는 스포츠웨어 시장의 빠른 회복에서 찾을 수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서 발생하는 일반 의류 소비는 아직 회복이 더딘 데 비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도 개인 스포츠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웨어 강자' 영원무역, 코로나 딛고 '훨훨'
영원무역은 40여 개 해외 기업에서 아웃도어와 스포츠 의류를 수주해 생산한다. 글로벌 요가 브랜드 룰루레몬,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등이 주요 고객이다. 스위스 자전거 브랜드인 스캇의 지분도 50% 소유하고 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 확산기에 대표적으로 수혜를 본 스포츠가 사이클이었다”며 “지난해 4분기 자회사 스캇 매출이 38.8% 성장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의류 OEM 기업 중에서도 영원무역처럼 기능성 의류를 생산하는 기업이 강세다. 유 연구원은 “기능성 우븐 제품 중심의 대만 에클랏(1476.TW)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났다”며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보다 매출이 증가했다는 건 기능성 의류가 일반 의류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능성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영원무역은 일반 의류 중심인 경쟁사에 비해 단기적인 실적 부담도 없다. 일반 의류 업체인 한세실업, 대만의 마카롯(1477.TW)은 지난해 방호복, 마스크 같은 방역 제품 수주가 크게 증가하며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이들 기업은 의류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방역 제품 매출이 사라지면 오히려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세실업은 지난해 반영된 방호복 마스크 관련 매출이 사라지며 올해 연간 OEM 부문 매출이 11.5% 감소할 것”이라며 “반면 영원무역은 OEM 부문 매출이 4.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는 영원무역이 아직 저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대만에서는 에클랏이 마카롯보다 훨씬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받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영원무역이 한세실업 대비 저평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영원무역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15배로 한세실업(10.85배)보다 낮다. 박현진 연구원은 “OEM 기업 중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PER이 10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