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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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조정설’이 증권가에서 돌고 있다. 물가와 금리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르며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물가 상승은 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높아진 금리는 유동성을 흡수해 주가에는 좋지 않은 변수로 꼽힌다. 저금리에 유리한 성장주보다 가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인플레 3% 땐 조정 불가피”

인플레이션의 역습…"가치株 비중 늘릴 때"
3월 조정설이 나오는 배경은 인플레이션이다. 18일 미국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미국 기대 인플레이션은 작년 말 1.99%였지만 17일 2.21%를 기록했다. 두 달 사이 11% 이상 올랐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10년물 국고채 금리에서 물가채 금리를 뺀 값으로 계산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것은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 속도라면 오는 5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3%를 넘어갈 수 있다. 증권업계가 “이 정도 물가 상승이면 주식시장이 조정을 안 받는 게 이상하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시장은 미래의 물가를 고려해 주식이라는 자산의 현재 가치를 낮출 것”이라며 “이는 주식의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이어져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원인은 경기 개선 속도보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저소득 근로자에게 1인당 1400달러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소비를 촉진해 물가 상승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실물 경기 회복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연 1.75% 가는지 주시해야

전문가들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1.75%에 도달하는지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초 연 0.93%에서 17일(현지시간) 현재 1.29%로 올랐다. 도이체방크자산운용 미국 법인의 디팍 퓨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만약 금리가 연 1.75%로 올라서면 ‘주식시장이 가장 좋은 투자처’라는 논리에 금이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그동안 미국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주식시장에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만약 금리가 1.75%를 기록하면 갑자기 시장이 무너져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 시장은 하루에도 지수가 4~6%씩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국내보다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버핏도 포트폴리오 교체

전문가들은 성장주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상승은 성장주의 현재 기업가치를 낮추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최근 정유와 통신주 비중을 늘린 것이 이런 환경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작년 4분기 애플 주식 5720만 주를 팔았다. 대신 버라이즌(1억4670만 주)과 셰브런(4800만 주)을 새로 사들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유주와 통신주는 전형적인 경기 방어주이자 배당주”라며 “버핏이 증시가 과열됐다고 판단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운용업계에서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종목들이 주도주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치주가 대표적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가치주 시대가 저물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지금이 가치주가 가장 저렴한 시점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올해 가치주 펀드는 수익률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성장주와 가치주로 포트폴리오를 골고루 구성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경기 민감주가 강세를 보이지만 현재 실적은 성장주가 우세한 상황”이라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포트폴리오로 개편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