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칼럼] 코로나19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성장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 간의 집합이 제한되고 있고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택배 시장이 급성장하고 오프라인 유통망이 위축되는 등 생활 전반에 언택트 문화가 익숙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는 아직 대면을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의료법에서 원격진료를 의료인 간에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으로 제한된 범위의 원격진료가 가능해졌지만, 충분한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활발한 운영은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 이머징 국가에서도 원격진료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의료기관의 수가 부족하고 의료비가 비싼 미국은 1997년부터 원격진료를 도입했으며, 대부분 지역에서 원격진료에 대해 보험 적용도 가능하다. 중국은 2014년부터 원격진료를 허용했는데, 의사 의 진단, 처방부터 의약품 배송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알리헬스”는 누적 이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19 초기 대응 단계부터 원격진료를 포함한 디지털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춘절 기간 동안 각종 온라인 의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진료를 받은 이용자가 하루 최대 600만명을 초과하기도 했으며, 진단검사 뿐 아니라 감염경로 추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공지능과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이 활용되었다.

미국은 전세계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바일헬스케어, 건강분석 소프트웨어, 텔레헬스케어, 의료정보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Nano-X, Accolade, Amwell 등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의 IPO가 이례적으로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고, 큰 폭의 주가 수익률을 안겨 주었다. 또한 2020년 상반기까지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M&A 금액도 전년동기대비 23% 증가한 63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이 중 원격의료(TeleHealth) 분야 투자금액이 약 19.4억 달러로 전체 금액의 30%를 상회하였는데,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성장 추세와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절박함이 결합된 결과였다.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5G 등 4차산업혁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보면 다모아카데미(알리바바가 설립한 AI연구기관)의 스마트전염병로봇을 진단 및 역학조사에 활용했으며, 대표적인 AI 스타트업 기업 센스타임의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출입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한편, 원활한 디지털헬스케어의 구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통신망의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5G 기술과 IoT 기술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위해서는 다양한 임상 데이터가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에 빅데이터산업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와 같은 융합을 이유로 각국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육성과 규제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의료 접근성 개선과 비용 효율화를 위해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사용을 장려하고 있어 향후 관련 규제의 완화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과 관련기업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우리나라도 진단과 처방의 오류 가능성과 대형 병원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직 원격진료가 본격적으로 허용되고 있지 않지만, 전세계적인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의 성장 흐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약/바이오 업체에 쏠려 있던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관심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