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메모리 대규모 투자 기대
ASML·램리서치 등 장비株 급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반 상승
SK머티리얼즈·한미반도체 등 수혜
DB하이텍 등 파운드리업계도 주목
반도체의 시간이 돌아왔다. 1월 중순부터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삼성전자(83,200 -0.48%)SK하이닉스(137,500 -1.79%) 주가가 15일 동반 급등했다. 지난주 백악관이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쇼티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가 고공행진한 영향이다. 설 연휴로 휴장한 한국 증시에는 호재가 뒤늦게 반영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이 상승 랠리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급 부족 팔걷은 美…"다시 반도체의 시간"

비메모리 장비 투자 가능성↑
삼성전자는 이날 3.19% 오른 8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4.76% 상승한 13만2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두 종목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SFA반도체(26.56%), 티씨케이(191,100 +0.84%)(12.15%), 파크시스템스(139,300 -0.29%)(8.92%), 어보브반도체(13,250 -0.38%)(8.77%), 피에스케이(45,750 +5.41%)(7.02%), 네패스(42,000 -0.94%)(6.81%), 한미반도체(33,000 +0.46%)(6.20%), DB하이텍(55,000 -1.26%)(5.19%) 등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패키징 및 장비 기업까지 관련 생태계 주가가 모두 급등했다.

반도체 업종 주가가 모처럼 기지개를 켠 것은 미국발(發) 반도체 훈풍 덕분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지난 한 주간 약 8% 상승했다. 미국 백악관이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예고한 것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1일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공급망의 잠재적 병목지대를 찾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핵심 이해당사자들, 무역협력국과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완성차 판매량이 급감하자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던 라인을 수익성이 높은 PC, 스마트폰용 라인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올해 경기 회복으로 완성차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 물량이 부족해 차 생산량을 줄이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곧 사인할 것이라는 소식에 가장 극적으로 반응한 분야는 반도체 장비주다.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결하려면 증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ASML·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주가는 각각 8%·15%·16% 급등했다.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를 내세우는 건 미국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도 최대 500억유로 규모의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주요 반도체 칩의 20% 이상을 유럽 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목표인데, 삼성전자와 TSMC의 참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백악관의 반도체 쇼티지에 대한 조치와 EU의 뒤늦은 반도체산업 챙기기는 결국 5세대(5G) 통신·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발전에서 반도체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며 “국내 반도체 종목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주식들에 대해 지속적인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채굴 수요도 늘어나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반도체 업계에는 호재다. 비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경기에 대한 기대도 높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주에만 24% 올랐다. 8일 테슬라가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매입하고 비트코인을 지급 수단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2017~2018년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비트코인 채굴 수요도 큰 역할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 채굴 수요도 늘어나는데,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주문형반도체(ASIC)를 활용해 암호화폐를 채굴할 때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함께 상승하고 있는 배경이다.

지난 13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남동쪽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으로 공급 불안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일본 반도체 공장이 진원지와 거리가 먼 중부와 남부 지역에 있어 생산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이와테 지역에 키옥시아 낸드 생산 라인이 있는데, 일시적인 셧다운 이후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쇼티지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까지 나선 상황에서 올해는 비메모리산업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SML,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와 국내에선 SK머티리얼즈(332,300 +3.78%), 한미반도체, 파크시스템스 등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향후 파운드리 사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TSMC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파운드리 업계의 수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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