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한인 소모임서 시작
선배들이 한인 학생 밀착 멘토링
실무·인맥·모의면접까지 도와줘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투자은행(IB) 본사에서 일하는 한국계 직원들이 매년 늘고 있다. 영어가 자유롭고 현지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업계에선 ‘멘토링’을 운영하며 체계적으로 IB 진출을 도운 비영리 네트워크 KFS(Korea Finance Society)의 공을 높이 산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간 등 초대형 IB에 입사한 120여 명의 한국인이 KFS를 거쳤다.

KFS는 글로벌 IB에 진출해 있는 한인들의 소모임에서 시작됐다.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주희찬 씨와 샌더 허 씨 등의 주도로 약 10여 년 전부터 정기 모임을 시작했다. 주씨는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거쳐 현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본사의 매니징디렉터이자 기업금융 부서 최고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일곱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해 한인 중 투자은행계에서 가장 높은 직위까지 오른 인물이다.

수많은 미국 내 사교 목적의 한인 모임과 구분되는 이 단체의 특징은 ‘인재육성(펠로십)’ 프로그램이다. IB를 꿈꾸는 학생 1명당 막 IB에 입사한 주니어 멘토 2명, 6~7년차 이사(VP)급 이상 시니어 멘토 1명으로 멘토진이 꾸려져 혹독한 수련을 한다. 본격적인 입사 전형이 시작되는 3학년 여름방학에 맞춰 실무와 네트워킹, 모의 면접까지 밀착 도움을 준다.

KFS 프로그램이 점차 알려지며 펠로십을 따내는 것만도 수십 대 1의 경쟁을 거쳐야 할 정도로 치열해졌다. 선발 과정에서 재무, 회계, 경영 지식 등 실무와 연관된 지식은 고려하지 않는다. 미국 내 한국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과 한국 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중요한 선발 요인으로 꼽힌다. 교내에서 한인단체장을 지냈다거나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경험을 쌓은 인재들에게 큰 가점을 부여한다.

글로벌 IB 채용 과정 중 가장 중요시하는 건 ‘네트워킹’이다. 출신 성분과 학력, 이른바 ‘수저’의 성분이 아니라, 지원한 IB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들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향후 일하고 싶은 부서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수집해 왔고 실무자들과 연락을 해 왔는지 등이 고스란히 지원자의 경쟁력이다. 실제 글로벌 IB 본사에 입사했던 한 인력은 입사 과정에서 최소 50여 명 이상 실무진의 연락처와 특징, 업무 성과 등을 정리했다고 한다.

KFS가 정착되며 힘을 발휘한 것도 무엇보다 이 부분이 주요했다. 최근에는 한국 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도 펠로십 선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일찍 자리잡은 선배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선순환이 이어지는 것이 이 단체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