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씨젠이 분식회계를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지만 주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2년 전에 한 차례 지적을 받고 정정공시까지 마친 사안으로, 이번 조치는 책임자 징계를 통한 마무리 절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씨젠 '분식회계' 악재에 증권가 무덤덤한 까닭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회계기준을 위반한 씨젠에 대해 담당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하지만 이번 증선위 징계 조치를 계기로 씨젠에 대한 투자 의견을 바꾸거나 목표주가를 내린 증권사는 현재까지 한 곳도 없다. 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증선위가 분식회계를 지적한 시기는 회계연도 기준 2018년 이전인데, 씨젠은 2019년 이를 반영해 정정공시를 끝냈기 때문이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증선위가 지적한 매출 과대 계상, 메자닌 회계처리 원칙 위반 문제에 대해서는 씨젠이 2019년 3분기에 정정공시를 했다”며 “씨젠 실적은 이후부터 급증했는데, 이 기간에 나온 공시는 최초 공시 때부터 지적 사항이 반영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조치에 검찰 고발이나 거래정지가 수반되지 않은 건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증선위는 이번에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 또한 수년 전에 이미 정정됐다. 증선위가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를 잘못했다고 지적한 시기는 회계연도 기준 2017년 이전이다. 씨젠 IR팀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2018년에 ‘임상시험 3상부터 자산에 반영하라’는 지침을 내놨고 이후부터 이를 지켜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젠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주가는 지난해 8월 7일 최고가(31만2200원)를 찍은 뒤 이날까지 43.91% 하락했지만, 실적 전망은 좋아지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씨젠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주가가 고점을 찍은 6개월 전 3599억원에서 최근 721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탈(脫) 코로나가 진행되면서 진단키트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나빠지고 있다는 건 위험(리스크) 요인이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기대는 높지만 탈 코로나가 진행되면서 주가의 눈높이는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