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 의회의 대규모 추가 부양책 통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따른 경제 회복 가시화, 기업들의 예상을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구입 등이 알려지면서 반도체와 결제 시스템 관련 종목들이 급등했다.
사진=AP=연합뉴스.8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7.52포인트(0.76%) 상승한 31,385.76에 거래를 끝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8.76포인트(0.74%) 오른 3915.5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31.35포인트(0.95%) 뛴 13,987.64로 장을 마쳤다.
3대 지수 모두 종가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S&P 500과 나스닥은 3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보였다.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이끌었다. 상원과 하원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과반 찬성만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추가 단독으로 추가 부양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전날 "2022년까지 완전고용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힘을 실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회복 기대, 기업들의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부양책 기대 확산으로 국채금리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금리가 오르며 금융주 등이 상승했다. 반면 대형 기술주는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에너지 섹터 수익률이 고공행진하면서 시장이 경제 회복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에너지 섹터와 필수 소비재 섹터의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에너지 등 경기 민감주로 돌아오고 있다. 경기민감주는 필수 소비재를 포함한 경기 방어주와 비교해 거시 경제의 변화에 더 민감하다. 올해 들어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E)'가 12% 수익률을 기록할 때 '컨슈머 스테이플스(필수 소비재) 셀렉트 섹터 펀드(XLP)'는 2% 손실을 냈다. 이 기간 S&P500 지수는 3.5% 올랐다. 앨리 인베스트의 수석투자전략가 린지 벨은 "에너지와 필수 소비재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이분법적 시선에 비춰봤을 때 투자자들이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올해 하반기 성장 전망에 대해 특히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민감주로의 전환은 지난해 4분기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서 본격화했다. 사실 에너지 섹터는 4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다. 올해 실적이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기저효과 때문이다. 컨슈머 스테이플스 셀렉트 섹터 펀드(XLP)는 지난해 7% 수익을 기록했다. 월마트(WMT) 크로거(KR) 크로락스(CLX) 코스트코(COST) 등의 종목이 자가격리로 수혜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백신이 배포되면서 시장은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소비 행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트루이스트 수석시장전략가인 키스 러너는 "매크로 전망이 개선되고 투자 심리가 경기 민감주로 이동하면서 필수 소비재 등 경기 방어주는 전체 시장보다 계속 뒤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섹터 추가 상승 여력은?미국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7일 배럴당 57.3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엑손모빌(XOM), 셰브론(CVX) 주가는 52주 최고점 대비 아직 20% 밑돌고 있다. 코노코필립스(COP), EOG리소시스(EOG) 등은 연고점 대비 27% 낮은 수준이다. DWS그룹 상품 책임자인 다웨이 쿵은 "에너지 섹터는 지금의 사이클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봤을 때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상품 관련 섹터, 특히 에너지 섹터가 좋은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프랭클린 내츄럴 리소시스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프레드 프롬은 에너지 주식이 상품 가격보다 뒤쳐질 때는 물가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투자자들이 경기 회복과 석유 수요 회복 속도에 의문을 가질 수 있고, 새로 나타나는 코로나19 변종에 백신이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봤을 때 신흥국 수요가 회복되면서 석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 에너지 섹터는 더 높은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업간 합병이 진행되고, 비용 절감, 서비스 부문 인력 감축 등이 진행되면서 산업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며 "특히 현금 창출과 주주환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에너지 섹터에는 좋은 징조"라고 설명했다. 재생 에너지 확산이 역풍이 될 수 있지만 에너지 전환이 본격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다만 ESG 투자 압박을 고려할 때 에너지 분야에도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이타워 인베스트의 스테파니 링크 수석 투자 전략가는 바벨 전략을 활용하는데, 그가 좋아하는 기업 이름은 쉐브론(CVX)과 슐럼버거(SLB)다. 전자는 전자는 산유량이 풍부한 페름기 유역에 기반이 탄탄할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차대조표를 자랑한다. 현재 5.78%인 수익률은 셰브론이 자본 지출 프로그램을 중단한 후 잘 보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링크는 "슐럼버거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향후 몇 년간 13~30% 까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글로벌 증권사들이 중국 스포츠웨어 관련주를 ‘톱픽’으로 꼽고 목표가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모건스탠리는 최근 ‘중국 스포츠웨어 3인방’ 목표가를 일제히 올렸다. 중국 1위 스포츠웨어 업체 안타스포츠 목표가를 현 주가보다 13% 높은 161홍콩달러, 2위 업체인 리닝의 목표가를 현재가보다 23% 높은 64홍콩달러로 제시했다. ‘중국판 ABC마트’로 불리는 스포츠웨어 체인 탑스포츠 목표가는 현 주가보다 20% 높은 15.3홍콩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시티증권은 2021년 중국 소비재 ‘톱픽’으로 탑스포츠를 선정했다. 탑스포츠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 공급체인, 실적 개선 정도 등 4개의 평가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탑스포츠는 중국 270개 지역에서 8300여개의 직영 매장을 보유한 1위 스포츠웨어 유통사다. 중국 스포츠웨어 관련주는 다른 업종에 비해 성장할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세계 소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업종별로 약 25%지만 스포츠웨어는 아직 14~15% 수준이기 때문이다. 25%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우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은 한국의 9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정부까지 스포츠 장려 정책을 내놓으면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토종 업체들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중저가 상품 위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스포츠웨어 1~2위 안타스포츠와 리닝의 중국 점유율은 각 13%, 7%를 기록하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총 점유율인 43%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 연구원은 “현재 중국 시장은 하이엔드 제품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이라며 “하이엔드 시장과 매스 마켓의 황금비율이 25%, 75%라는 점을 고려하면 토종업체들이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점유율을 뺏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중국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평균 10만원대 운동화, 안타와 리닝은 2~3만원대 운동화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 스포츠웨어 관련주는 최근 1년 주가가 2배이상 올랐지만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시장 전체가 조정받는 상황을 제외하면 중국 스포츠웨어주가 우상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도 “중국 스포츠웨어 업체들의 주가가 최근 2년간 꾸준히 상승했지만 다른 업종 대비 상승 여력이 여전히 높다”고 전망했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세상에는 참 대단한 기업들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 우리의 기억에는 수많은 위대한 회사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처럼 기라성 같은 기업들 틈에서 5년 넘게 시가총액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우리가 애플을 떠올리면 먼저 아이폰이 생각난다.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현재의 애플을 있게 한 일등 공신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애플의 상징인 아이폰이 속한 스마트폰 산업은 2016~2017년을 기점으로 성숙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최근 출시한 아이폰12가 잘 팔린다고 해도, 스마트폰 판매 기대감 만으로는 세계 1위의 시가총액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애플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겨우 27.3%, 10.4% 증가했다. 즉 사람들은 애플에 당장의 이익을 더 낼 것이라는 기대 보다는 앞으로도 성장 가능한 무언가가 많이 남아있다고 믿는 것이다.애플은 애플 고유의 iOS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iOS생태계는 매우 폐쇄적이어서 오픈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애플 기기에서만 구현된다. 애플은 이 iOS생태계에 다양한 기기들을 추가시키고 있다. 아이맥,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 등 우리가 오랫동안 봐왔던 기기는 물론 애플워치, 에어팟(무선이어폰)까지 생태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글라스(스마트안경) 출시가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처럼 애플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다양한 기기에 iOS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한번 iOS 생태계에 진입하면 생태계 내 기기간의 연동 문제로 기존 기기를 교체할 때 다시 애플 제품을 사용하도록 묶어두는 것이다.하드웨어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지면서 애플은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지난 몇 년간 애플의 주가 상승을 부추긴 가장 핵심 요인이다. 전세계에 깔려있는 애플 기기는 총 16.5억대(이 중 아이폰이 10억대 이상)를 넘어섰다. 이를 활용해 유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구독자 수도 2020년 말까지 목표였던 6억명을 넘어 6.2억명에 도달했다. 하드웨어 고객을 바탕으로 Apple TV+, Apple Arcade, Apple Fitness+ 등 다양한 컨텐츠 관련 매출액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서비스 매출액은 매분기 역성장 없이 늘고 있고 이번 분기도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서비스 관련 매출액은 영업이익률이 높고, 확장성이 크다.최근에는 애플이 또 다시 전세계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다. IT 공룡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뉴스 때문이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국내외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자율주행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력 파트너로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iOS 생태계에 전기차가 추가된다면 애플의 주가는 기존과는 또다른 valuation 재평가 요인이 될 것이다. 자동차는 대당 가격이 기존 전자기기의 수십 배로 비쌀뿐더러, 미래차에는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거대한 서비스 매출을 창출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처럼 애플이 현재까지 쌓아온 ‘프리미엄 하드웨어 라인업’에 자동차까지 추가된다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가장 이상적이고 파워풀한 조합이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애플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꿈을 먹고 사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