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AMZN)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뀐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아마존이 작년 4분기 1257억달러(약 141조원)의 매출로 사상 처음 분기 매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최고로 혁신적 상황인 지금이 CEO를 바꿀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퇴임 이유를 설명했다.

27년 동안 아마존을 이끌어온 베이조스가 물러난다는 소식에도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5일 종가는 3352달러로 발표 이전 수준과 큰 차이가 없었다. 월가는 베이조스의 사임이 아마존의 상승세를 꺾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마존 주식은 한국 투자자들이 18억2323만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금액 기준으로 해외 주식 3위다.
포스트 베이조스 시대…아마존 주가는 어디로?

“아마존 성장세, 코로나 끝나도 계속”

월가에서는 베이조스가 은퇴하지만 아주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아마존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베이조스는 실제로는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은퇴해도 아마존 이사회 의장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것이란 뜻이다.

투자은행(IB)들은 베이조스의 은퇴 소식에도 아마존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려 잡았다. 투자회사인 서스퀘하나는 목표가를 기존 4000달러에서 5200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더그 안무스 JP모간 애널리스트는 “CEO는 순조롭게 교체될 것이며, 우리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아마존 지분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적도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마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69억달러를 기록했다. 요세프 스퀄리 트루이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에 예상보다 소매 판매가 늘어나면서 2011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여전히 전자상거래와 광고,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아마존의 높은 성장세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올 2분기에는 성장 속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거래가 전자상거래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라우드 사업 이끈 앤디 재시 역할 주목

아마존의 또 다른 성장동력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다. AWS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점유율은 30%로 업계 1위다.

이미 아마존 수익의 절반 이상이 AWS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 매출에서 AWS가 차지한 비중은 11.75%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에서는 51.9%에 달했다. AWS 사업부 매출은 올해 작년 대비 27% 증가한 578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베이조스의 후임자가 앤디 재시라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한다. 재시는 2006년 AWS가 출범할 당시부터 클라우드 사업을 이끌었다. 첫해 2100만달러였던 AWS의 매출은 지난해 453억달러로 커졌다. 톰 포르테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AWS를 처음부터 키워온 재시를 후임 CEO로 정하면서 아마존은 이제 단순한 리테일 업체가 아니라 서비스 기업임을 확실히 선포했다”고 덧붙였다.

빅테크 창업자 사임 주가 영향은 미미

아마존과 같은 대형 기술주(빅테크)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애플에서는 2011년 8월 스티브 잡스가 물러나면서 팀 쿡 CEO가 뒤를 이었다. 쿡 CEO 체제가 들어선 뒤 애플 주가는 1년 새 96% 치솟았다. 현재까지로 보면 10배 이상 뛰었다.

구글에서도 2019년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동반 퇴진했지만 주가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물론 재시 신임 CEO 앞에는 반독점 소송과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 등 대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켄 벅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은 베이조스가 물러나기로 발표한 날 트위터에 “재시 CEO에게 몇 가지 질문이 있다”고 썼다. 클라우드 부문에서는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맹추격하면서 AWS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