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에 올라온 셀트리온 매수 제안 글.
레딧에 올라온 셀트리온 매수 제안 글.
미국에서 반(反)공매도 운동의 거점이 된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셀트리온을 다음 매수 대상으로 지목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국내 투자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소식을 퍼나르며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주가 상승은 마지막에 합류한 개인의 큰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는 공매도 반대 운동의 다음 목표물로 한국 바이오주 셀트리온을 언급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28일(현지시간)에 올라온 것만 두 건이다. 한 게시물은 “게임스톱 다음 목표물은 한국 주식 셀트리온”이라며 이 종목의 영문 이름과 종목번호까지 안내했다. 그 직후 올라온 다른 게시물도 “한국에서 셀트리온이 공매도 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들 게시물의 내용은 현재 레딧 측에 의해 삭제된 상태며 제목만 남아 있다. 누가 이 글을 올렸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국내 열성 셀트리온 주주가 레딧까지 찾아가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게시글에 미국 투자자는 별다른 호응을 하지 않았다. 게임스톱(GME) 매수를 부추기는 글에는 댓글이 수천 개씩 달렸지만, 셀트리온 관련 글에는 반응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 달린 댓글도 부정적 반응뿐이었다.

하지만 국내 투자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레딧에 이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반색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미국 투자자와 똘똘 뭉쳐 셀트리온 주가도 인위적으로 올리자”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셀트리온은 매년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제대로 못 오르고 있다”며 “레딧에 모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셀트리온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국내에서 공매도 잔액이 가장 많은 종목이다. 지난 26일 기준으로 셀트리온 공매도 잔액은 2조1400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잔액 2위 종목인 넷마블(1644억원)의 14배에 달한다.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인 1년 전(2조1881억원)과 비교해도 줄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일은 결국 주가 폭락으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임스톱도 최근 주가가 폭등했으나 전날 44.29% 주저앉았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된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린 뒤에는 다들 ‘매도하고 빠지고 싶다’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주가 급락으로 이어져 매도 타이밍을 놓친 사람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