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였던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다음 타깃으로 은을 지목하면서 28일(현지시간)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이 5%대 급등세를 보였다. 사진은 같은 날 뉴욕 맨해튼의 게임 유통체인 게임스톱 매장 앞. /사진=AP연합뉴스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였던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다음 타깃으로 은을 지목하면서 28일(현지시간)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이 5%대 급등세를 보였다. 사진은 같은 날 뉴욕 맨해튼의 게임 유통체인 게임스톱 매장 앞. /사진=AP연합뉴스
‘게임스톱’ 주식으로 뉴욕 증시를 뒤흔든 미국의 개미 투자자들이 은 시장에 몰려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은에서도 기관투자가의 ‘쇼트 스퀴즈’를 유발해 가격을 폭등시키겠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 은에 투자하자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은 시장이 움직이는 첫 조짐이 이날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상품까지 눈 돌리는 개미

개미들은 최근 월스트리트베츠를 중심으로 뭉쳐 게임스톱 주가를 지난 8일부터 27일까지 19배 끌어올렸다. 공매도량이 유통주식보다 많은 이 주식의 주가를 폭등시켜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의 쇼트 스퀴즈를 유도했다. 이는 공매도한 주식의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걸 말한다.

토론방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개미들은 “은행들이 가격 조작을 통해 은화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시켜 공급 부족 상황을 감추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은 가격은 온스당 25달러가 아니라 1000달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글은 “만약 300만 명의 개미 투자자가 은을 300온스(약 8400달러)씩 사들이면 9억 온스를 살 수 있고, 이는 한 해 채굴량과 같은 수준”이라며 “이를 통해 (은 가격을 올려) 은 공매도 세력을 부수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은 관련 쇼트 스퀴즈가 발생한다면 역사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 실버 트러스트(SLV·iShares Silver Trust)’를 언급했다.

은 ETF 급등

게임스톱 폭등시킨 美개미 "다음 타깃 銀"
SLV의 가격은 이날 5.55% 오른 24.72달러로 마감됐다. 장중 7.2% 상승하기도 했다. 은 3월 선물 가격도 2.1% 올라 온스당 25.922달러로 마감됐으며, 장중 27.1달러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 1월 7일 이후 최고가다. 은 현물 가격도 한때 6.8% 상승해 작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 가격 상승은 게임스톱이나 AMC엔터테인먼트로 대표되는 인기 높은 주식에서 깨우친 데이트레이더들이 다른 자산으로도 이동하는 걸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선물회사인 블루라인퓨처스LLC의 필 스트리블 시장 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은 시장에서도 쇼트 스퀴즈가 진행되고 있다”며 “개미들이 로빈후드를 통한 게임스톱 주식 거래가 제한되니까 은으로 몰려와 파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은 가격 전망은 엇갈려

은 가격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시카고의 귀금속 거래회사인 불리온볼트의 애드리안 애시 연구책임자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파생 상품으로의 갑작스런 자금 쏠림은 가격을 폭등시킬 수 있지만 이날 은 가격 움직임을 보면 레딧 개미들의 관심을 오랫동안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은 유통물량보다 더 많은 주식을 공매도할 수 있지만, 은 같은 귀금속 시장은 하루 선물 거래량의 3배 정도 실물이 쌓여있는 곳”이라며 “만약 은값이 폭등한다면 보석이나 식기류로 쓰이고 있는 수많은 은이 금세 실버바로 바뀌어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회사 UBS는 은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을 최근 내놨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은값은 올 1분기 온스당 30달러까지 뛸 것”이라며 “세계 각국이 탄소제로, 재생 에너지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태양광 패널 등에 사용되는 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