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버스' 개미의 눈물…두 달 새 47% 손실
'KODEX200선물인버스2X'
개인들 작년 8월 이후 1.2조 매수
11월 5일 2568억원 최대 '사자'
지수 박스권 갇혀 있어도 손실
곱버스 '마이너스 복리' 효과로
지수 오른 것보다 더 많이 하락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유튜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인버스·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대한 우려였다. 박 회장은 “한국 투자자들이 숏으로 과감하게 인버스 ETF 투자를 하는데, 주가가 떨어질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며 “특히 곱버스는 한 번 손실이 나면 회복이 불가능해 그런 부분에서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곱버스에 빠진 개미들

코스피지수가 2300을 넘어선 지난해 8월 이후 개미들은 하락장에 본격적으로 베팅을 시작했다.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1조2194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돈을 번 이들은 많지 않다. 그사이 코스피지수는 900포인트 넘게 뛰었다. 곳곳에서 곱버스로 손실을 본 개미들이 속출했다. 곱버스의 작년 한 해 평균 수익률은 -60%가 넘는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8월 이후 개인들이 하루에 곱버스를 가장 많이 매수한 지난해 11월 5일(2568억원) 이후 곱버스 수익률은 -46.7%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32.9% 올랐다. 11월 5일 당시 코스피는 2400선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저점에서 5개월도 되지 않아 100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개미들은 조정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루에 2500억원이 넘는 돈을 곱버스에 밀어넣은 이유다. 하지만 시장은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7거래일 만에 코스피는 2500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곱버스 투자자들은 줄줄이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한 달 전 수익을 낸 경험이 이들을 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작년 10월 7일에도 개미들은 1211억원을 곱버스에 투자했다. 코스피는 2386.94에서 2400까지 잠시 올라섰지만 10월 말(2267.15)까지 조정을 받았다. 곱버스 개미들이 잠시 단맛을 본 시기였다. 하지만 이들의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48.2%다.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면 막대한 손실을 본 셈이다.
마이너스 복리효과를 아시나요?
코스피가 급등하지 않고 박스권에 갇혀 있어도 곱버스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게 된다. 곱버스가 가진 마이너스 복리효과 때문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기간의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일간 수익률의 두 배를 따라간다. 가령 기초지수가 100-110-100-110-100 구간을 끊임없이 반복한다고 가정해보자. 둘째 날 지수가 10% 올랐으니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은 20%다. 100원이었던 레버리지 상품 가격은 120원이 된다. 셋째 날 지수가 9.09% 하락해 다시 100원이 됐다. 상품 가격은 지수 하락폭의 두 배만큼(18.18%) 떨어지는데, 기존 가격보다 낮은 98원이 된다. 상품 가격이 120원으로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오른 것에 비해 더 많이 하락하는 것이다. 이를 끊임없이 반복할 경우 상품 가격은 0에 수렴한다.마이너스 복리효과 때문에 곱버스는 지수가 한 방향으로 하락할 때가 가장 유리하다. 1만원을 투자한 뒤 매일 2%씩 주가가 하락할 경우 지수 하락률은 14.9%, 곱버스 수익률은 36.9%가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연출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주일간 지수가 2%씩 등락을 번갈아 반복했을 경우 1주일 뒤 수익률은 -0.6%로 떨어진다. 똑같이 두 배의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상품이라도 곱버스 손실률이 일반 레버리지 펀드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의 방향과 변동성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시장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 상품의 단점이 가장 크게 부각된다”며 “보통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최종적인 방향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이 상품은 단점이 더 많고 심지어 지수가 제자리로 회귀해도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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