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5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3200선을 돌파했다. 코스닥지수도 999.30으로 마감해 20년 만에 1000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줄기차게 매도하던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000억원가량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도 순매수 대열에 합류, 3200 고지 돌파를 거들었다. 이번주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된다. 어닝서프라이즈가 이어지면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코스피 첫 3200 돌파…'천스닥'도 코앞

코스닥도 20년 만에 최고치

이날 코스피지수는 2.18% 오른 3208.99에 장을 마쳤다. 지난 21일 종가 3160.84를 기록한 이후 2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코스닥지수도 999.30을 나타내 20년 만에 ‘천스닥’을 눈앞에 뒀다. 코스닥지수가 1000을 넘어 거래된 것은 2000년 9월 14일이 마지막이다.

지수 상승은 기관과 외국인이 이끌었다. 특히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621억원어치 순매수하며 19일 이후 4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2379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기관은 901억원, 외국인은 83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투자가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전기전자 업종을 대거 매수했다. 이날 기관의 순매수 상위 ‘톱2’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를 2200억원, SK하이닉스를 4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170억달러를 들여 미국에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 이슈에 주가가 3% 뛰었다. 종가 기준 8만9400원을 기록해 9만원 선에 다시 근접했다. SK하이닉스도 5.06% 오른 13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애플카’ 생산설이 나오는 기아차도 기관이 330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3위 종목에 올랐다. 기아차는 6.26%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 기관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관 순매수액은 각각 300억원, 170억원에 달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증시는 기관투자가들이 반도체를 비롯해 음식료 업종을 순매수한 데 힘입어 관련 기업들이 상승을 주도했다”며 “외국인은 자동차와 반도체 및 전기전자 업종 중심으로 현물을 매도했지만 선물을 매수하면서 기관의 순매수를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기금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억원어치를 팔아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연기금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은 7조2570억원에 달한다.

“코스피 이번주 추가 상승 가능”

증권업계에서는 이번주부터 기업들의 ‘어닝시즌’이 시작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또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아시아 신흥국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대만 자취안지수를 제외하고 중국 상하이지수, 홍콩 항셍지수 등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가 3200에 안착하면서 3300선까지 추가 상승도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낮아지고 있다”며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급등 부담을 덜고 다시 한번 지수 레벨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주부터는 국내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도 시작된다. 상당수 기업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부합하거나 일부 기업은 ‘어닝서프라이즈’도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188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4조13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4%나 증가한 규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