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 5대 쟁점으로 풀어본 공매도 논란

(1) 공매도 금지했더니 '박스피' 탈출?
(2) 왜 '기울어진 운동장'인가
(3) 개미는 무엇을 의심하나
(4) 불법 행위 막을 수는 있나
(5) 금지 장기화때 영향은?
공매도는 빌려온 주식을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싸게 사서 갚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 후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어 하락 위험을 회피(헤지)하는 수단으로 주로 쓰인다.

국내에서 공매도는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하던 작년 3월 16일 금지됐다. 이 조치는 오는 3월 15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재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여당도 공매도 금지를 3~6개월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공매도 금지 논란을 정리해 봤다.
공매도 금지했더니 '박스피' 탈출?…금융위기땐 되레 주가 하락

공매도는 ‘박스피’ 주범이었나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가 모처럼 불붙은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공매도가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한국 증시가 작년까지 ‘박스피’에 갇혀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공매도였다”고 말했다.

실제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해 3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37.9%에 달했다. 같은 기간 공매도가 허용된 미국 S&P500지수 상승률은 25.5%에 그쳤다. 하지만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명확한 ‘물증’은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공매도가 금지된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5월 31일까지 코스피지수는 3.6% 하락했다. 공매도가 재개된 2009년 6월 이후 8개월간은 14.8% 올랐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주요국 증시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한 건 공매도 금지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경제가 타격을 덜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매도, 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나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반면, 개인은 주가가 하락하면 고스란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7~2019년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4%, 25%였다. 개인 비중은 1%에도 못 미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67조원에 달하는 기관 간 대차시장을 통해 주식을 쉽게 빌린다. 개인은 한정된 신용융자 담보로 조성된 대주시장만 이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개인이 쉽게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대주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매도가 불공정거래에 악용됐나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를 통해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의구심도 있다. 2018년 골드만삭스의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 적발은 이런 인식에 기름을 부었다. 시장조성 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이 ‘업틱룰(매도 시 직전 체결 가격 밑으로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적도 있다.

물론 불법 공매도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금융당국은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와 증권사의 업틱룰 위반이 단순 실수였다고 판단했다.
제도 개선으로 불법 공매도 막을 수 있을까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 중이다. 현재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은 1억원 이하 과태료가 전부다. 오는 3월부터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공매도로 얻은 부당이득에는 최대 5배의 벌금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매도 세력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매도를 해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유상증자 참여도 금지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 시스템 개발은 기술적 한계 등을 이유로 포기했다. 무차입 공매도를 시스템적으로 방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 금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하나
업계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또 연장되면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외딴섬’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요국 중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의 장기화는 글로벌 자금 유입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고은아 크레디트스위스 상무는 “장기적으로 지수를 따라 주식을 사는 패시브펀드 자금의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홍콩처럼 대형주 위주로 공매도 가능 종목을 지정하는 ‘공매도 지정제’를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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