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롭은 칼 아이칸, 빌 애크먼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행동주의 투자자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디즈니 투자로 '대박'을 쳤다.
그런 그가 최근엔 인텔에 대한 행동주의 투자를 단행해 주목된다.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인텔을 반등시킬 수 있을 것이란 구상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 주요 고객인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끊은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올해 설비 구축에 3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1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TSMC는 이날 실적 발표 직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자본지출을 최소 250억달러(한화 약 27조4850억원), 최대 280억달러(30조7830억원)로 책정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영국 기술전문 시장조사기관 아테네리서치의 브레트 심슨 설립자는 "괴물같은 숫자"라며 "TSMC가 경기 회복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지, 그리고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TSMC는 2020년 연간 매출액 1조3393억대만달러(약 52조5540억원), 순이익 5178억9000만대만달러(약 20조2960억원)를 기록했다. 2019년보다 각각 25.2%, 70% 증가했다.TSMC의 실제 투자가 계획대로 집행된다면 이는 지난해 172억달러(약 18조9000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된다. 때문에 TSMC가 인텔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계약을 따낸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인텔은 현재 10나노미터(nm) 공정을 활용해 CPU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7나노 공정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으나 끝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일부 외신은 인텔이 삼성전자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5나노 공정을 먼저 상용화한 TSMC에 밀려 2순위에 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더욱이 인텔은 지난해 TSMC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작을 주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TSMC는 구체적으로 투자액의 80%를 3나노 공정 개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3나노 제품을 시험 생산하고 내년 하반기에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텔의 주문을 받았을 경우 다른 고객사 주문을 빼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늘리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인텔이 올 하반기 TSMC의 5나노 공정에서 CPU를 양산하고 내년 하반기 3나노 공정에서 프로세서를 양산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TSMC는 애플, AMD, 퀄컴, 미디어텍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주문량이 넘치면서 생산라인 풀가동에도 고객사가 원하는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TSMC는 이러한 수요 증가에 발맞춰 해외 생산기지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 공정 생산이 가능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일본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세울 것이란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SK하이닉스가 한국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인 25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다. 글로벌본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채권이다.SK하이닉스는 글로벌 주요 반도체업체로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는 점과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통해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점을 내세워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모았다는 평가다.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5억달러어치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해 전날 해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청약)에 123억달러(약 13조5000억원)의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전체 주문 중 미국 기관 물량이 43%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아시아(34%)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16%)에서 들어왔다.만기별로는 5억달러를 모집한 3년물에 28억달러, 10억달러어치 발행 예정인 5년물에 41억달러의 투자 수요가 각각 모였다. 그린본드로 발행하는 10년물에도 모집액(10억달러)의 다섯 배가 넘는 54억달러의 ‘사자’ 주문이 들어왔다. 그린본드는 발행 목적이 친환경 관련 투자로 제한된 채권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 크레디트스위스, BNP파리바, HSBC, JP모간 등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SK하이닉스는 해외 채권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린 데 힘입어 한국 민간기업 사상 최대 글로벌본드 발행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최대 기록은 2019년 LG화학의 15억6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였다.한국 간판 반도체업체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냈다. 이 회사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4조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3% 증가했다. 올해는 정보기술(IT) 기기, 서버, 전기차 등 전방산업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반도체산업이 다시 호황기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어 성장세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88.2% 증가한 9조3185억원(평균 추정치)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김진성/김리안 기자 jskim1028@hankyung.com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최고경영자(CEO)를 1년여 만에 교체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TSMC, 엔비디아, AMD 등에 업계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는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인텔은 13일(현지시간) 밥 스완 CEO가 다음달 15일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 CEO로 클라우드 컴퓨팅업체 VM웨어의 팻 겔싱어 CEO(사진)를 영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겔싱어는 과거 인텔에서 30여 년간 몸담으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이날 발표 직후 “모든 것의 디지털화가 빨라지는 중대한 혁신의 시기에 CEO로 ‘집’에 돌아온 것은 최고의 영광”이라고 했다.이번 CEO 교체는 인텔이 미국 최대 반도체 회사의 지위를 상실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이뤄졌다. 인텔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경쟁사 엔비디아에 이미 추월당했고, 과거 큰 격차로 앞섰던 AMD에도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했다. 최첨단 반도체 개발 경쟁에서도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등에 밀리고 있다.최근 애플이 인텔 제품 대신 자체 개발 칩을 자사 컴퓨터에 장착하기로 하고, 아마존과 구글 등도 인텔 의존도를 점점 줄여가면서 위기가 가중됐다. 지난달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인텔은 제조업 리더십을 상실했다”며 관련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CEO 교체는 서드포인트의 요구사항이 아닌 인텔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CEO 교체 소식이 전해진 뒤 인텔 주가는 전날보다 6.97% 오른 56.95달러에 마감했다.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