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단숨에 3150선까지 치솟자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수 상승세가 너무 빨라 증권사들이 코스피지수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따라가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말부터 코스피지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자 올해 코스피지수 상단 전망치를 3000~33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코스피지수 상단을 3300으로 상향 조정하며 “현 수준에서 10% 정도 이 전망치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지수와 비교하면 여전히 밸류에이션 할인을 받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증권사는 코스피지수가 지난 8일 3152.18을 기록하면서 올해 전망한 최고점을 넘어서 버리자 당황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자 증시 진단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전문가들도 생겼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요즘 언론에 등장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며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높은 코스피 전망치를 제시해도 개인 투자자로부터 ‘시장을 따라간다’는 비난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순환매’ 국면에 들어서면서 조정이 예상되는 섹터를 제시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유동성 장세에선 투자자들이 어떤 종목에서도 ‘오를 이유’를 찾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코스피밴드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무용론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공식적인 코스피지수 상단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는다. “애널리스트는 지수를 맞추는 사람이 아니라 적정 가치를 계산하는 ‘계산병’”(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서치센터의 역할은 자신들만의 논리로 기준점을 제시해 투자자의 판단을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적정주가 수준은 제시했다. 먼저 내년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주가는 내년 이익 전망치를 끌어오는 만큼 작년 말 코스피지수(2800선) 대비 20%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