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중 올해 처음으로 외화채권 발행에 나선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90억달러(약 9조8000억원)에 달하는 투자수요를 모았다. 해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역대 최저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전망이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 글로벌본드에 90억弗 몰렸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27억달러어치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해 전날 해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약 90억달러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글로벌본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채권이다. 로이즈뱅킹그룹, 미쓰비시UFG증권(MUFG),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BNP파리바, HSBC, SMBC닛코증권 등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모집액을 훌쩍 뛰어넘는 투자수요가 들어온 덕분에 창사 이후 가장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게 됐다.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금리는 3년물이 연 0.83%, 5년물은 연 1.32%, 7년물은 연 1.82%로 결정됐다.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금리 대비 각각 0.67%포인트, 0.95%포인트, 1.1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 회사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여덟 번째로 높은 ‘BBB+’다.

세계 주요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은 것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는 여전히 위축돼 있지만 비교적 재무구조가 탄탄한 투자적격등급 기업은 양호한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 투자로 주목받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라는 점도 해외 기관의 시선을 끌었다는 평가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북미 지역에서 현대·기아자동차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할부와 리스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세 차례에 걸쳐 63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활발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