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의 기념품 가게에 진열돼 있는 황소상.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의 기념품 가게에 진열돼 있는 황소상. 연합뉴스
“달러를 던져라! 신흥국을 매수하라!”

대부분의 미국 투자은행과 펀드매니저는 올해 투자를 이같은 방식으로 해야한다는데 동의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이처럼 미국 월가가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올해 자본시장의 큰 흐름 5가지를 정리해 보도했다.

①달러 가치의 큰 하락

코로나19 사태는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Fed)의 확장 정책을 낳았고, 이로써 10년 간의 달러 강세가 끝냈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달러 매도는 투자자들이 지난달에 두번째로 많이 한 거래였다.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 기간 달러 매도는 300억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170억달러 매수)와 크게 달라졌다. 달러 가치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최소한 올해 중반까지는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②다시 부상하는 신흥국

중국, 멕시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의 화폐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채권, 멕시코 석유회사 페멕스의 채권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 픽테자산운용은 신흥국 통화가 25% 저평가돼 있다고 추정했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글로벌 자금이 10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신흥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무 불이행 등 위험(리스크)을 너무 많이 짊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③중앙은행의 완화 정책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영국, 중국 중앙은행이 올해 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BOA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지난해 3월 이후 시간당 13억달러의 자금을 풀었고, 금리 인하는 190차례 단행했다. 다만 내년에는 글로벌 총생산(GDP)이 5.4% 증가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위험이 있고, 이에 따라 큰 폭의 양적완화를 계속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 “월가가 지난 10~15년 동안 미국 재무부의 정책 방향을 예측한 것 중 맞은 건 40%에 불과하다”(JP모건)는 경고도 유념해야 한다.

④환경·사회·지배구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의 자산은 지난해 2배로 증가한 1조3000억달러를 기록했다. II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친환경 정책을 가속화함으로써 이같은 흐름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염, 기후변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경각심이 이같은 흐름을 이끌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ESG 관련 지수의 80%는 비(非) ESG 분야의 지수보다 많이 올랐다. 재상에너지 관련 종목의 주가도 같은 기간에 크게 올랐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자본시장에서 ESG가 부각되는 흐름에 대해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⑤기술주와 바이든 정부

위에서 언급한 투자 방식 중 상당수는 국가 간 무역 거래 및 지정학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기조와 어긋난다. 바이든 당선자는 “미국으로 하여금 다시 세계을 이끌게 할 준비가 됐다”고 했지만, BOA는 “중국, 북한, 이란이 새 정부 초기에 도발적인 행동으로 그를 시험에 들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빅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 전기자동차, 로보틱스, 사이버보안 등은 이런 리스크와는 별개로 계속 발전할 전망이다. 기술주, 비대면주는 미국 기업 수익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MSCI 신흥시장(EM) 지수에서는 40%를 차지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