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새해 주식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대해 보유 또는 비중 확대를 주문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보단 보통주”
개인의 가장 큰 관심은 사상 최고가에 오른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은 삼성전자(9조5951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6조1013억원)를 합쳐 삼성전자 주식만 15조696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가 역대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11~12월 두 달 동안에도 4조원 가까이 샀다. 같은 기간 개인 전체 순매수액이 2조원이 안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간 투자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올해 삼성전자의 전망은 밝다. 1분기 D램 가격 반등을 시작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크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과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부문 성장성도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적 전망치는 점점 오르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추정치 기준)보다 27.1% 늘어난 46조6298억원에 이른다.
투자자의 주된 고민은 우선주냐 보통주냐다. 개인은 지난해 11~12월 삼성전자우만 2조803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1조1593억원)에 비해 1.4배 많다. 배당을 노린 투자자가 많았다. 삼성전자우의 지난해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1.92%로 삼성전자(1.74%)보다 높다.
저금리와 배당 성향 등을 고려하면 장기 투자자에겐 우선주 투자 매력이 높다. 하지만 연초 상승장이 펼쳐진다면 보통주 투자자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우는 통상 삼성전자의 80% 안팎 가격에서 움직였다. 2018년 종가 기준 82.0%, 2019년 종가 기준 81.3%다. 지난해엔 종가 기준 90.8%로 높아졌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장에선 보통주와 우선주의 차이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다. 개인들은 지난해 네이버 주식을 2조5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 4위다. 11~12월 두 달간 3795억원을 순매수했다. 세 번째로 개인이 많이 산 종목이다. 하지만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해 8월 27일 장중 고점(34만7000원) 대비 15.71% 떨어져 있다.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데다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겹친 탓이다. 올해는 커머스, 핀테크 등 전 부문이 고루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보다 21.7% 늘어난 1조4035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페이에서 지급하는 포인트 비용이 늘어나면서 분기 영업이익은 정체기”라며 “광고 업황 회복으로 2분기부턴 실적과 주가가 동반 우상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개인이 2조5899억원어치 순매수한 종목이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샀다. 국내와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 수요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해보다 134.7% 늘어난 6조759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달러 약세에 따른 환차손이 반영된 숫자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실적 전망치도 오를 수 있다.
투자자 관심은 전기차의 성장성에 쏠려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한 첫 신차인 아이오닉5가 2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반응 등에 따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였다. 3726억원어치를 샀다. 꾸준한 배당과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종목이다. 지난해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5.53%에 이른다. 올해 실적도 안정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지난해보다 7.6% 오른 1조5685억원으로 집계됐다. 관전 포인트는 수출량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출 물량은 작년보다 2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케미칼도 관심 종목이다. 개인들은 11~12월 두 달간 2255억원어치 샀다. 화학 업황 개선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3448억원으로 작년 대비 271.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67배 수준인 현 주가는 0.9배 수준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11일 오전 삼성증권 서울 잠실WM지점을 찾았다. 주식 열풍에 영업점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했다. 예상대로 북적거렸다. 앉아 있는 70대 A씨에게 요즘 분위기를 물었다. 그는 “10여 년 전 펀드 가입한다고 난리를 칠 때랑 분위기가 비슷한 거 같다”고 했다. 수십 년간 증권사 지점에서 직접 거래하고 있다는 A씨는 요즘 객장에서 ‘펀드 광풍’을 떠올렸다.주식 열풍은 지역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개미들이 하루 4조원어치 넘는 주식을 쓸어담은 이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는 물론 강원 삼척, 전남 여수 등 곳곳에 있는 증권사 지점은 계좌 개설을 위해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증시에 올라타려는 이들은 은퇴자금은 물론 전세금부터 예·적금까지 주식에 쏟아부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주로 사용하는 2030들도 마찬가지다. 대화 주제는 ‘주식’이었다. 이날 고려대 게시판인 ‘고파스’ 검색어 1위는 주식, 2위는 삼전(삼성전자)이었다. 친구 따라 증권사 간다이날 오전 9시10분, 개인 순매수 금액은 1조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단 시간 1조원 돌파였다. 주말 새 몸이 단 개미들이 주식을 폭풍 매수했다. 일부는 증권사 지점에서 들어간 주문이다. 삼성증권 잠실지점에서 만난 여성 B씨는 20년 만에 계좌를 살리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그는 “20년 전 주식으로 큰돈을 날리고 은행에만 돈을 넣어두다 삼성전자가 오르는 걸 보고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예금을 빼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이날 미래에셋대우 여수WM 지점에선 60대 남성들이 단체로 증권 계좌를 새로 열었다. ‘주식을 안 하면 바보 된다’는 친구의 권유에 은행에 있던 은퇴 자금을 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주를 매입했다. 오전에 여수지점을 찾은 방문객은 30명이 넘었다. 김수완 미래에셋대우 여수WM 선임매니저는 “전국 지점에서 점심을 제대로 먹은 직원이 없을 정도였다고 들었다”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에 있는 미래에셋대우 투자센터 부산에는 갑자기 방문객이 몰려 대기인원만 20명에 육박했다. 강원도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혜림 유안타증권 삼척지점 PB(프라이빗뱅커)는 “하루 종일 삼성전자 매수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작년 3월 코로나19 폭락장 직후만큼 지점 방문객이 늘었다”고 했다. “주린이 현대차 들어가도 될까요?”이 같은 주식 열풍은 지난해 통계에서도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증권투자에 들어간 돈은 총 40조4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주식과 펀드에 22조5000억원, 채권에 9조7000억원, 해외주식에 8조2000억원이 들어갔다. 반면 은행 예·적금에 들어간 돈(금융회사 예치금)은 24조5000억원으로 10.3% 줄었다. 이는 70조원에 달하는 투자자예탁금으로 이어졌다.이들은 만기가 돌아온 주가연계증권(ELS), 예·적금 같은 기존 금융자금부터 전세금까지 주식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주식 투자를 위해 보증금 5000만원짜리 반전세 오피스텔에서 보증금 1000만원짜리 월셋집으로 옮겼다. 작년 4월 2000만원이 들어 있던 적금을 해지해 주식에 넣었지만 투자금이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더 큰 전셋집으로 옮길지도 고민했지만 보증금을 주식에 투자해 목돈을 만드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늘어난 월세는 주식으로 벌어서 낼 생각이다.주식을 ‘도박’처럼 여기던 이들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중학교 교사 정모씨(54)는 최근 생애 첫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주식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도박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식 열풍에 예·적금 1억원가량을 찾아 삼성전자 등의 우량주를 매수했다. 그는 “지금까지 왜 주식 투자를 몰랐을까 싶다”면서도 “증시가 너무 급격히 올라 언제 떨어질지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주식이 가장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이날 한때 고려대 커뮤니티인 ‘고파스’에서는 ‘주식’과 ‘삼전’이 나란히 검색어 1, 2위를 기록했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 게시판에는 “삼성전자 9만3200원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9만1000원 됐네요” “주린이 지금 현대차 들어가도 될까요” 등 주식 관련 글이 넘쳐났다.박재원/최예린/한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개인과 기관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 하루였다. 개인 매수가 몰리면 기관은 주식을 내던졌고, 많이 떨어졌다 싶으면 개인은 주식을 사들였다.11일 코스피지수는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다. 장 초반 개인의 매수세에 3266.23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더니 기관 외국인 동반 순매도에 오후 1시30분께 3096.19까지 떨어졌다. 종가는 지난 주말보다 0.12% 하락한 3148.45를 기록했다. 하루 코스피지수 변동폭은 170포인트에 달했다. 변동률은 5.35%로 작년 3월 24일(6.5%) 후 최대였다.개인 순매수는 4조4921억원을 기록하며 또 한번 기록을 경신했다. 작년 11월 30일 기록한 직전 최대치(2조2206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풍부한 유동성의 힘이다. 개인은 반도체, 자동차 업종 내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삼성전자(1조7490억원), 현대자동차(3323억원), SK하이닉스(3148억원), 현대모비스(1974억원)를 주로 샀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인 9만1000원에 마감하며 ‘9만전자’에 안착했다. 장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현대차는 2012년 4월 30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가(26만8500원)까지 0.37%만을 남겨뒀다. 현대차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이날 카카오, SK이노베이션 등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기관은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했다. 하루 동안 3조743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달 29일 기록한 최대 순매도액(1조9733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기관을 매도로 이끈 것은 지난달부터 이어진 코스피 랠리다.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주가 급등으로 주식 비중이 한도를 넘어서자 주식을 내다 팔았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내 일부 종목만 오르면서 지수 상승 피로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던 코스피 상승장에서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삼성전자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10만전자’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새롭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됐다.삼성전자는 11일 2.48% 오른 9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오전에는 9% 오른 9만6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3.62% 하락한 13만3000원에 거래를 마친 것과 대조적이다.상승 랠리에서 나 혼자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 주식시장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들이 한국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를 더 선호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사이에서 “나만 삼성전자 없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약 2조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은 하루 만에 삼성전자 약 1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기관과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냈다.연초 파운드리 분야의 구조적 성장을 예고하는 뉴스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프리미엄을 받았다. 지난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자사 반도체 제품 일부를 대만 TSMC, 삼성전자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아무리 삼성전자라고 해도 단기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중장기 성장 동력은 유효하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50조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59조원)보다는 적다”며 “하지만 파운드리 사업이 구조적 성장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2018년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