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3시부터 한국거래소 부산본사에서 열린 ‘2020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식’에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앞줄 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코스피지수 전광판 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30일 오후 3시부터 한국거래소 부산본사에서 열린 ‘2020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식’에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앞줄 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코스피지수 전광판 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올해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다양한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코스피지수가 장기 박스권을 돌파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개미’(개인투자자)의 힘이 모여 동학개미운동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각종 신기록이 속출했다.

주도주 지형에도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첨단산업의 성장이 가속화했다. 바이오, 2차전지, 인터넷 종목들이 시가총액 최상위로 올라섰다. 철강, 정유 등 구경제 업종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개인들의 부상과 첨단산업 성장을 통해서 한국 증시는 재평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이 2021년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개인 순매수 64조원

개인 64조 순매수, 코스피 2800 돌파…2020 증시 새 역사 썼다
올해 코스피지수를 2873까지 끌어올린 주역은 개미들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47조49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가를 누를 때마다 단합된 힘으로 주가를 방어했다. 올해 외국인은 24조5657억원, 기관은 25조534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작년까지 개미들은 존재감이 없었다. 유가증권시장은 ‘큰손’이 주도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개인들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801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지수가 2600까지 올랐던 2018년에도 순매수액은 7조450억원에 그쳤다. 올해 개미들은 유례없는 화력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언제라도 주식으로 들어올 수 있는 주식예탁금이 늘고 있다.

개미들은 ‘홈그라운드’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올해 개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 16조31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이 10조원 이상 팔아치웠지만, 개인의 매수세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30일 코스닥지수는 1.15% 오른 968.42에 마감했다. 1000 시대를 불과 30포인트 앞두고 있다.

주요 지표는 최고치

개인들이 등판하면서 주식시장의 주요 지표는 모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의 고객예탁금은 최근 64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 28조5194억원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주식 계좌 수도 연초 대비 613만 개 증가한 3548만3992개를 기록 중이다. 10대부터 70~80대까지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현재 계좌 수는 경제활동인구 2820만 명보다 훨씬 많다.

걱정스러운 대목도 있다. ‘빚투’는 사상 최대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들의 신용잔액은 19조3401억원(30일 기준)까지 불어났다. 작년 말(9조2181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올해 개인들이 많이 사들였지만 그만큼 위험한 투자도 증가했다는 얘기다.

LG화학 시총 3위로

올해 주식시장을 요약하는 또 다른 용어는 ‘BBIG7’이다. BBIG7은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의 주요 7개 종목을 의미한다. 이들 종목은 비대면 문화 확산을 계기로 주가가 급등했다. LG화학, 네이버, 셀트리온 등 BBIG7 종목의 시가총액 합계는 작년 말 146조3684억원에서 올해 말에는 307조4007억원으로 급증했다. 유가증권시장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를 넘어섰다.

BBIG7이 약진하면서 시총 상위 종목도 달라졌다. 작년 말 상위 10위 내에 있던 현대모비스(6위)와 포스코(10위)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삼성SDI와 카카오가 채웠다. 그린뉴딜 기대까지 더해진 LG화학은 시총 3위로 올라섰다.

나스닥 제친 코스닥

첨단산업 성장과 개인들의 약진이 낳은 변화는 수익률이다. 과거 10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지수는 올해 상승률이 최상위권이다. 연초 이후 32.1%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최저점인 3월 23일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93.9%에 달한다. 주요국 지수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코스닥지수는 연초 이후 43.6% 올랐다. 3월 최저점에 비해서는 무려 126% 상승했다.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은 연초 이후 14.4% 올랐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10.6% 상승했다. 닛케이255지수도 18.3% 오르는 데 그쳤다.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못 미친다. 가파른 상승률로 주목받았던 나스닥지수도 올해 41.3% 올라 코스닥을 따라가지 못했다.

내년에도 한국 주식시장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연말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3000 이상으로 조정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