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요 제약 바이오사들의 계속 성장하면서 주가와 실적 면에서 모두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및 유전자 치료·차세대 항암제 등 성장 업체에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2020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에서 "올해 높은 실적 베이스가 부담이지만 실적에 플러스 요인이 많이 남아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KTB투자증권이 커버하는 대형 제약바이오 업체(8개사)의 내년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해와 비교해 각각 6%, 9%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만 국한해 보면 매출 8%, 영업이익 10% 증가가 기대된다.

이 연구원은 "올해 CMO와 바이오시밀러의 수출확대로 주요 바이오 기업의 실적이 좋았다"며 "내년에도 신규 기술수출(L/O)에 따른 기술료 유입과 코로나19 백신 관련 CMO 수주 모멘텀으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특히 코로나19 백신 관련 업체를 눈여겨 볼 것을 주문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일시적 수익원이 됐던 신종플루(H1N1)나 조류독감(H5N1)과 다르게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반면 코로나19 관련 '치료제'는 일시 매출을 내는 항바이러스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라 임상 지연, 철회, 조기종료 등을 했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가진 업체를 눈여겨 볼 것을 주문했다. 특히 지난 4월 병원 내 바이러스 감염 등 문제로 임상이 지연된 항암제 관련 신약이 많은데, 최근 다시 재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커지고 있는 항암제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구 연구원은 "KRAS 표적치료제, ADC(항체·약물 복합체) 항암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등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업체들이 내년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KRAS 단백질은 여러암종에서 발견되나 표적으로 삼기 까다로워 아직까지 이를 이용한 항암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 암젠은 최근 KRAS 억제제 ‘소토라십’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신약승인 신청(NDA)을 한 상태다.

애널리스트들은 제약·바이오 업종에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개별 회사들의 파이프라인을 잘 파악하고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성과가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혜린 연구원은 "개인들이 단기 호재를 기대하고 너무 비싼 가격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오히려 바이오 악재가 불거지고 모두가 바이오주를 꺼려할 때 느긋하게 투자하는 '역발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