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기업 주가가 동반 급등하고 있다. 엘앤에프가 LG에너지솔루션에 2년간 1조4500억원어치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니켈 함량이 90%에 달하는 ‘하이니켈’ 배터리 상용화의 신호탄을 쏜 셈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株, 다시 들썩이는 까닭
엘앤에프는 지난 16일 LG에너지솔루션 양극재 공급 계약 발표 후 25.44% 급등했다. 17일에도 0.28%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에코프로비엠은 16~17일 이틀간 7.4% 오른 1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스코케미칼도 같은 기간 3.5% 올랐다. 세 회사는 국내 3대 양극재 제조업체로 꼽힌다.

엘앤에프의 대규모 양극재 납품 계약은 사원계(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배터리의 상용화를 알리는 계약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 LG에너지솔루션이 NCMA 배터리를 상용화하면 업계 최초다. 이 배터리는 테슬라에 납품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는 삼원계(NCM·니켈 코발트 망간)가 주력이었다. 배터리업계 화두는 어떻게 양극재에서 니켈 함량을 높이느냐였다. 니켈 함량을 높일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주행 거리도 길어진다. 문제는 니켈 함량을 높일수록 안정성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NCMA 상용화에 성공하면 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것이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품 구조 개선을 통해 니켈 비중을 90%로 끌어올리고, 알루미늄을 첨가해 코발트 함량은 5% 수준으로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켈 함량이 90%인 하이니켈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00㎞를 달릴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내년 하이니켈 양극재 적용이 본격화하면 ‘양극재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3사 중 양극재 생산 규모가 가장 큰 데다 하이니켈 기술력도 높다는 판단이다.

NH투자증권은 테슬라에 납품하는 원통형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천보다. 천보는 배터리 수명 향상, 성능 안정화에 필수적인 특수 전해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다만 이들 기업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다는 점은 부담이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엘앤에프 130배, 포스코케미칼 58배, 천보 43배, 에코프로비엠 41배 수준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