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0.06. 11일 코스피지수 종가다. 8.3%만 오르면 3000을 돌파한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외국인 자금이다. 최근 이틀간 국내 시장에서 순매도했지만 10년 박스권을 뚫은 지난 한 달간 줄기차게 한국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가 커졌고, 달러 약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쏠린 영향이다.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해졌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국이 신흥국 중 글로벌 투자업계가 꼽는 ‘원픽’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패시브펀드의 벤치마크가 되는 주요 지수에서 ‘중국 기업 축출’이 이뤄지고 있어 한국행 자금 유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주요 지수, 중국 기업 제외
10일(현지시간) S&P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을 산출하는 S&P다우존스인다이시스(S&P DJI)는 주식·채권 지수 구성 종목에서 중국 기업 21곳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이 명령은 미 국방부가 ‘블랙리스트’에 올린 중국 기업 30여 곳에 대해 미국 금융회사와 연기금 등이 내년 11월부터 주식 투자를 못 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P DJI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와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등 10개 기업의 주식과 주식예탁증서를 모든 주가지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변경된 지수는 오는 21일 장 개장 전 반영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 개장 전까지 추가로 11개사의 증권을 채권지수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지난 4일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산하 지수 제공업체인 FTSE러셀이 하이크비전, 중국철도건설(CRCC), 중국위성 등 8개 기업을 FTSE 글로벌 주식 인덱스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지수 산출업체인 MSCI도 조만간 중국 기업을 뺄 것으로 보인다. 세계 3대 지수 산출 기관에서 중국 기업이 축출되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즉각 반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국가의 힘으로 중국 기업을 억누르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성명을 냈다.
S&P DJI가 이번에 제외하는 중국 10개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2041억달러(약 223조원)에 달한다. 중국 주식은 총 56조달러 규모의 MSCI세계지수에서 5.1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증시 반사 수혜
패시브펀드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주요 지수에서 중국 기업이 빠지는 것은 한국 시장 수급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은 이미 지난달부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 MSCI 중국’ ETF에는 지난달 19일 이후 이달 8일까지 자금 유입이 전무하다. 반면 이 회사의 MSCI 한국 ETF에는 같은 기간 5억9709만달러(약 6518억원)가 순유입됐다. 한국 기업만 투자하는 글로벌 ETF에 의미있는 자금 유입세가 나타난 것은 올 들어 3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5% 이상 상승하는 동안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 넘게 하락세를 나타냈다.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으로
이미 시장의 자금흐름은 이 같은 ‘중국 배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대 신흥국 ETF인 아이셰어 ‘신흥국 ETF’와 ‘핵심 신흥국 ETF’의 자금 유입 차이를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두 지수 모두 신흥국 주식을 담고 있지만 중국 기업이 40%에 육박하는 ‘신흥국 ETF’에는 지난달 19일 이후 좌수 증가가 없다. 자금 유입이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이보다 중국 비중은 3.11%포인트 낮고 한국과 대만 기업 비중이 더 큰 ‘핵심 신흥국 ETF’엔 같은 기간 3%가량 좌수가 늘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에 투자하는 동시에 중국 리스크를 헤지(위험회피)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최소 연말까진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환율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168~174원에서 움직이던 원·위안 환율이 이달 들어 박스권 밑으로 떨어져(원화 가치 상승) 위안당 165원에 근접했다.
여전히 넘치는 증시 개인자금
외국인 유입에 더해 올해 증시를 부양한 개인투자자의 자금도 막강한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등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62조5079억원을 순매수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회사에 맡기는 투자자 예탁금도 61조원이 넘는다. 약 120조원이 증시에 새로 들어온 돈이라는 얘기다.
코스피지수가 강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최근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지수가 호재성 요인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5포인트(0.06%) 상승한 2772.18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2770선에서 상승 출발한 지수는 장중 2782.15까지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에 다가가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반납했다.간밤 미국 부양책 기대감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국내 증시는 이에 크게 반응하지 않은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8.83포인트(0.49%) 상승한 30,303.37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같은 기간 21.31포인트(0.58%) 뛴 3722.48에, 나스닥 지수는 106.56포인트(0.84%) 오른 12,764.75를 기록했다.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었다"며 "때문에 미국 부양책 관련 호재에도 불구하고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개인은 3906억원 사들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942억원, 1525억원 팔아치웠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가 335억원, 비차익거래가 1997억원 순매도로 총 2333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테슬라가 오는 21일 S&P 500 지수에 편입된다는 소식에 국내 관련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센트랄모텍은 가격제한폭(29.89%)까지 오른 2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디아이씨 명신산업 등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들은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이다.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코로나19 치료제 관련주가 랠리를 펼쳤다. 나파모스타트 성분을 바탕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종근당은 전날보다 5만원(25.84%) 뛴 23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근당홀딩스 종근당바이오 경보제약 등도 10% 안팎으로 상승했다.덱사메타손 관련주인 부광약품은 전날보다 1900원(6.24%) 뛴 3만2350원을 기록했다. 유안양행 동석제약 JW중외제약 휴메딕스 휴온스 등도 3~6%대로 올랐다. 렘데시비르 관련주인 비씨월드제약은 8% 넘게, 에스티팜은 2%대로 올랐다.페인트주(株)도 급등했다. 삼화페인트는 전날보다 가격제한폭(29.66%)까지 오른 1만7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노후홀딩스 강남제비스코 노루페인트 등도 3~8%대로 강세를 보였다. 소재 국산화 소식, '뿜칠(스프레이 도장 뿌리는 행위) 금지법' 등이 페인트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코스닥지수도 소폭 올랐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3.2포인트(0.34%) 상승한 947.24에 거래를 마쳤다.원·달러 환율은 급등(원화 가치 약세)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4원 상승한 1099.7원에 거래를 마쳤다.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이어 두 번째 승인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분석이다.FT는 FDA가 모더나 측에 곧 긴급사용 승인을 할 것이라고 통보했으며, 의료진에게 배포할 사용 방침을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긴급사용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접종할 수 있다는 허가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이에 앞서 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는 모더나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자문위 위원 21명 중 20명이 긴급사용에 찬성(기권 1)했다. 모더나의 백신은 아직까지 어떤 나라에서도 사용 승인을 받지 않았다. 미국이 승인하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두 종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별도 절차까지 밟은 후 다음주부터 모더나 백신의 일반인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보건복지부는 다음주에 모더나 백신 590만회를 배송할 수 있는 준비를 진행 중이다. 먼저 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백신은 지난 14일부터 미국 내 의료기관 종사자와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직원에게 접종되기 시작했다.영하 75도 정도의 초저온 환경에서 유통·보관돼야 하는 화이자 백신과 달리 모더나의 백신은 일반 냉동고의 온도인 영하 20도에서 저장하면 된다. 유통·수송 부문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한편 중국은 내년 2월11일 춘제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5000만명에게 자국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을 맞힐 계획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대규모 인구 이동 전에 의료진과 경찰, 소방관, 물류업자 등을 대상으로 우선 접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중국 정부는 시노팜과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1인당 2회 분량인 총 1억회분을 곧 배포할 계획이다. 중국 보건당국은 두 회사와 캔시노가 개발한 백신 등 총 3종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한 상태다. 이미 쓰촨성 등 일부 지역에선 1회 접종비가 200위안(약 3만3500원)이라고 고지됐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중국이 연일 호주 때리기에 나서면서 호주산 석탄 수입도 막아서자 이로 인해 전력부족이라는 부메랑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밤에 가로등이 켜지지 않으며, 엘리베이터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사람들이 30층을 걸어 올라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홍콩 명보는 18일 중국 저장성과 후난성을 비롯한 여러 지역이 최근 잇따라 '질서 있게 전력을 사용하라'는 통지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저장성은 오는 31일까지 상업지역에서는 기온이 3도 이하로 떨어질 때만 난방기구를 켤 수 있다고 고지했다. 행정기관들도 최소한으로 난방기구를 가동해야 한다.앞서 지난 13일 저장성 이우시와 진화시가 발표한 에너지 절감 계획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는 외부 기온이 5도를 넘어가면 난방을 끄고, 조명은 합리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3층 이하 승강기는 가동을 멈춰야 한다. 이로 인해 상업지역에서는 매일 오후 3시면 정전이 발생해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됐다.사흘에 하루씩 작업이 중단되면서 수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14일 후난성은 매일 오전 10시30분부터 정오까지, 오후 4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를 전력 사용 제한 시간으로 설정했다.명보는 전력부족의 주요 원인은 중국이 지난달 6일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산 석탄의 중국 수출은 지난달 첫 세 주 동안 96%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석탄 수입의 57%가 호주산이어서 수입 중단이 지속되면 전력부족 현상이 전국으로 번질 것이라고 명보는 예상했다.호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제기, 화웨이 배제 등에 중국은 호주산 상품 수입 제한으로 보복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 산업에 필수적인 호주산 철광석 수입은 계속 늘리고 있다. 중국이 수입하는 철광석의 60%가 호주산이며, 호주가 수출하는 철광석의 80%가 중국으로 향한다.매트 카나반 호주 상원의원은 중국이 호주산 수출품에 취한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호주가 중국에 수출하는 철광석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