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의 발걸음이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미국 증시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고, 약(弱)달러로 미국 주식이 싸졌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만 100억달러(약 11조원)어치 미국 주식을 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해외 주식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 환차손 때문에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달러가 쌀 때 사서 1년 이상 보유할 만한 주식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한국투자·삼성·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 해외주식팀으로부터 1년 이상 장기 투자할 만한 미국 주식을 추천받았다.
"지금 사서 1년 묻어둘 美주식, 1순위는 MS"

2세대 클라우드 기업 약진

1위는 4표를 받은 마이크로소프트(MS·MSFT)였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을 보려면 MS 실적을 본다”는 말이 있다. MS는 세계 경기지표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MS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미뤄졌던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투자가 내년 본격화하면 기업들의 클라우드 투자는 확대될 전망이다.

한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톱3(아마존 MS 구글) 기업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2세대 클라우드 기업들도 관심 종목이다. 클라우드가 대중화하면서 저장한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리시스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세일즈포스닷컴(CRM)이 대표적이다. 사이버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해주는 창고 서비스를 하는 스노플레이크(SNOW)도 대표적인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전자서명의 필요성도 커졌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도큐사인(DOCU)을 추천했다. 그는 “단기 시장 환경보다는 전자서명 확산이라는 메가트렌드에 주목한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에 투자한다면

두 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은 분야는 플랫폼 산업이었다. ‘전통 강자’인 아마존닷컴(AMZN)과 알파벳(GOOGL)이 각각 2표를 받았다. 유니티소프트웨어(U), 도어대시(DASH) 등 유니콘 기업도 추천받았다. 게임 엔진 개발 기업인 유니티소프트웨어는 언리얼엔진과 함께 게임 엔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방경내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자체 엔진을 사용하던 게임 제작사들도 유니티의 플랫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 자동차 디자인, 조선 및 건축 도면 작업에도 유니티의 개발 엔진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도어대시는 미국 시장점유율 1위 음식 배달 플랫폼이다. 9일(현지시간) 상장 첫날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는 공모가 대비 85.79% 올랐다. ‘미국판 직방’이라 불리는 질로그룹(ZG)은 미국 최대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다. 한위 연구원은 “역대 최저 모기지 금리에 미국 주택 시장 활황이 지속되고 코로나19로 부동산 서비스의 디지털화도 가속화할 것”이라며 질로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월트디즈니(DIS)는 매수 리스트 단골 종목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 구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추천 이유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사업의 성장성에 더해 코로나19가 종결되면 놀이공원 등 기존 사업이 회복되며 빛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추천주는 △5G·반도체 △신재생에너지 △여행·소비재 업종 종목들이다. 5G 통신칩을 만드는 퀄컴이 내년 5G 스마트폰 대중화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에 3표를 받았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여행이 재개되면 수혜가 기대되는 항공기 제조사 보잉(BA), 글로벌 1위 크루즈 선사 카니발(CCL)을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