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뉴욕 증시는 안정된 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증시도 장 초반 미국의 부양책 협상과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협상이 모두 정체를 보이면서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결국 반등했습니다. 다우 0.35%, S&P 500 지수는 0.28% 상승했습니다. 또 나스닥은 0.50% 오르면서 이날 올 들어 50번째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테슬라 780달러" 부른 골드만삭스, 숨겨진 이유 있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영국에서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게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에선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화이자의 백신 데이터가 긴급사용 승인 지침과 일치한다고 밝하면서 곧 승인을 내줄 것임을 알렸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백신 접종이 예상대로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닷컴버블 수준에 이를 정도로 높아진 주식 밸류에이션, 일부 과매수된 주식들, 지나치게 붐비는 강세론 등을 볼 때 새로운 상승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에는 돈이 넘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520억 달러가 순유입 되었습니다. 5주 동안으로 따지면 2017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액수입니다. 또 지난 3개월에 모든 ETF에 유입된 돈 중 68%가 주식형에 몰렸습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 : 혼자 뒤처지는 현상)에 쫓긴 투자자들은 막대한 돈을 주식형 펀드에 넣고 있는 겁니다.
"테슬라 780달러" 부른 골드만삭스, 숨겨진 이유 있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씨티그룹의 매트 킹 전략가는 "2020년의 눈부신 시장 수익률은 그냥 내년 경제 정상화에 기반한 게 아니다. 이건 펀더멘털을 넘어선 유동성의 완벽한 승리"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짐 캐론 전략가는 "올해 자산자격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완화적 통화, 재정정책에 기초해 올랐다. 내가 미래 자산 가격이나 시장 성과에 낙관적인 이유는 어려운 경제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경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머니마켓펀드(MMF)에 머물고 있는 5조 달러의 돈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올 초에 비해 1조 달러 이상 늘어난 상태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선 기업들이 올해 많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위기대비용 자금을 임시로 넣어둔 것으로, 주식 투자용이 아니란 분석이 있습니다.
"테슬라 780달러" 부른 골드만삭스, 숨겨진 이유 있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일각에선 시장 밸류에이션이 역대 수준으로 높아지고, 유동성이 흘러넘치는 상황을 틈타 자산을 팔아 자금을 확보하려는 시장참여자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기업들은 회사채 등을 찍어 조달한 돈도 현재까지 1조 달러가 넘습니다. 현재 추세를 보면 4분기에도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년에 비해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테슬라 780달러" 부른 골드만삭스, 숨겨진 이유 있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뉴욕 증시에선 우회상장, 인수합병(M&A) 등을 목적으로 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돈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올 들어 SPAC에 몰린 돈은 750억달러에 달합니다. 여기에 줌, 스노우플레이크 등에 이어 8~9일 도어대시와 에어비엔비가 상장합니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합쳐 800억달러에 육박하고 기업공개(IPO) 공모를 통해 빨아들이는 돈만 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올해 이처럼 IPO를 통해 흡수한 시장 유동성은 모두 1650억달러에 달합니다.
"테슬라 780달러" 부른 골드만삭스, 숨겨진 이유 있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여기에 기업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재무부가 올해 엄청난 양의 국채 발행으로 조달 자금 중 1조6000억달러 규모를 여전히 미 중앙은행(Fed) 계좌에 넣어두고 있다. 이것도 시중 유동성 증발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예상됐던 추가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고 있지 못한 탓입니다.

테슬라도 유동성 흡수에 한 몫 합니다. 이날 테슬라는 추가로 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습니다. 지난 9월 50억달러 증자에 나선 뒤 석 달 사이에 두 번째입니다.

전날 7일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한 직후 또 다시 자금 조달에 나선 겁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올들어 670% 가량 폭등한 상황입니다.
"테슬라 780달러" 부른 골드만삭스, 숨겨진 이유 있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특히 테슬라는 한꺼번에 주식을 공개 매각하지도 않습니다. 테슬라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자 신고 공시에서 "추가로 발행하는 주식은 때때로 필요한 때에 시가로 팔릴 것(The additional shares will be sold 'from time to time' and 'at-the-market' prices)"이라며 "주관사들이 테슬라의 지시에 따라 주식을 매각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마다 필요한 만큼 팔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증자 소식에 테슬라의 주가는 장 초반 2%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긍정적 평가가 나오면서 반등해 1.27% 오르면서 마감했습니다. 테슬라가 글로벌 확장을 위해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공장 신설에 나선 만큼 자금이 필요한 데, 지금처럼 밸류에이션이 높을 때 미리 조달하는 건 좋은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 겁니다. 게다가 증자금액 50억 달러는 시가총액(이날 종가 기준 6160억 달러)를 감안하면 1%도 안됩니다.
"테슬라 780달러" 부른 골드만삭스, 숨겨진 이유 있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물론 이런 IPO와 유상증자, 내부자 주식 매각 등은 강세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입니다. 무조건 유동성을 빨아들인다고 나쁘게 볼 건 아니라는 겁니다.

테슬라의 증자에서 하나 눈에 띄는 건 주관사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10개 투자은행이라는 겁니다.

지난 16일 S&P글로벌이 오는 21일 테슬라를 S&P 500 지수에 편입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뒤 테슬라의 주가는 58% 가량 폭등했습니다. 이런 폭발적 상승세에는 물론 S&P 500 편입이 가장 중요한 상승 동력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이 월가 금융사들의 긍정적 보고서도 쏟아졌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 11월18일자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입니다. 테슬라 베어(비판가)로 유명했던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당시 보고서에서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3년여 만에 '매수'로 상향했습니다. 또 목표주가도 360달러에서 540달러까지 50%나 끌어올렸습니다.

조나스는 "테슬라가 자동차 판매에서 고수익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매출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의 중대한 전환을 앞두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테슬라 780달러" 부른 골드만삭스, 숨겨진 이유 있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지난 2일엔 골드만삭스가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주당 455달러에서 780달러로 높인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이면서 "전기차 시장 확대가 빨라지고 있다"고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테슬라에 대한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낮췄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증자의 대표 주관사입니다. 모건스탠리도 주관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주식을 성공적으로 판매할 경우 0.25%의 수수료, 즉 1250만 달러를 받게 됩니다.
"테슬라 780달러" 부른 골드만삭스, 숨겨진 이유 있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런 상황이 투자의견 상향에 영향을 줬을까요? 월가 관계자는 "테슬라가 자사에 대해 좋은 투자의견을 가진 증권사에 주식 공모를 맡기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테슬라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많습니다. 제프리스, 웨드부시 등은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2500달러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CNBC의 주식평론가 짐 크레이머는 이날 테슬라의 주가 상승에 대해 “젊은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를 스티브 잡스 만큼이나 비전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증자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풀이했습니다.
"테슬라 780달러" 부른 골드만삭스, 숨겨진 이유 있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