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면 자산운용사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TDF는 운용사가 투자자의 나이에 따라 자산군별 편입 비율을 조정하면서 생애주기에 맞게 수익률 및 리스크를 관리해주는 펀드다. TDF의 최대 강점인 편리함이 부각되면서 올해에만 1조원 넘는 돈이 몰렸다.

7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2개 자산운용사가 판매하는 102개 TDF의 설정액은 총 4조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조7932억원)에 비해 1조213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5조1558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세액공제를 노리는 자금이 연말연초에 TDF로 몰리는 특성이 있어 내년 초에는 시장 규모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DF는 가입자가 은퇴 시점에 맞춰 가입하면 운용사가 가입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은행이나 증권사 연금계좌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45년 은퇴자를 위한 ‘2045TDF’ 상품에 가입하면 2045년이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중을 낮추고, 채권 비중을 높여 리스크를 축소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코로나19 이후 낮아진 은행 금리와 주식자산에 대한 관심 확대가 겹치면서 TDF 상품 수요가 과거보다 늘었다는 평가다.

TDF 수익률은 운용사별 편차가 큰 만큼 가입 결정 전에 운용사별 역량 및 상품 구조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2045년형 상품의 경우 올해 수익률 1위인 미래에셋(13.81%)과 2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13.29%) 수익률이 하위권에 있는 교보악사자산운용(1.65%) 상품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넘는 격차를 보였다.

수익률 차이는 해외 운용사 상품에 재투자하는 국내 TDF 펀드의 특성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을 제외한 국내 운용사 대부분은 해외 운용사 상품에 재투자하는 재간접펀드로, 자체 수수료는 물론 해당 펀드의 운용수수료까지 보수가 두 번에 걸쳐 차감된다.

국내 운용사의 보수는 비슷하지만, 해외 상품의 운용수수료 차이가 크다. 절대수익률이 높지 않은 자산배분 펀드 특성 때문에 장기투자로 갈수록 수익률 차이가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류경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부문장은 “자산배분 전략을 활용하는 국내 TDF들은 결국 수수료의 작은 차이가 수익률의 큰 차이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