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주요그룹 2021 정기인사, CFO의 약진 '눈부시네'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연말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올해 인사에서도 ‘재무통’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승진 인사는 물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전면에 배치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환경 속에서 CFO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재무 담당 승진 릴레이…LG 배터리 이사 절반이 ‘재무통’

지난달 26일 4대그룹 중 첫 정기 인사를 실시한 LG그룹에서는 CFO의 승진이 돋보였다. 우선 LG화학에서는 김정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사장은 ㈜LG 재무관리팀장, LG이노텍 CFO 등을 거친 재경 전문가다. 지난해 12월 LG화학 정도경영담당 임원으로 합류한 후 업무 효율성 개선에 기여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

LG이노텍과 LG상사에서도 재무 담당 임원이 승진했다. LG이노텍은 김창태 CFO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시켰다. 사업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재무구조 안정화를 주도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LG상사도 경영관리체계 고도화를 이끈 민병일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LG유플러스는 여명희 경영기획담당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회사 내 최초 여성 전무가 탄생하기도 했다.
하범종 LG 부사장(왼쪽)과 이창실 LG 에너지솔루션 전무
하범종 LG 부사장(왼쪽)과 이창실 LG 에너지솔루션 전무
정기 인사와 별개로 이달 초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전지사업부문)에서는 사내이사 4명 중 2명이 재무 임원으로 구성돼 이목을 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신임 CFO로 선임된 이창실 전무와 하범종 ㈜LG 부사장이다. 이 전무는 LG전자에서 CFO부문 경영관리팀장, 사업개발담당을 거쳤다. 기업설명회(IR) 및 인수합병(M&A)를 지휘한 경험도 있다. 하 부사장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체제가 시작된 후 첫 CFO를 맡은 인물이다. 과거 LG화학에서 정도경영담당, 재무관리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LG 재경팀을 이끌고 있다.

◆대표이사로 투자·M&A 전문가 전진 배치

SK는 이번 인사에서 ‘재무통’을 전진 배치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잘 구현할 만한 인물들을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형욱 SK㈜ 투자1센터장을 SK E&S 사장 및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1974년생인 추 사장은 SK E&S와 SK㈜에서 사업 개발·재무·경영 진단·투자 업무를 두루 거쳤다. 지난해부터는 SK㈜ 투자1센터장으로서 그룹 전체의 친환경에너지, 반도체·배터리 소재 분야의 신사업 개발과 M&A 등을 이끌었다.

조대식 SK수펙스 의장
조대식 SK수펙스 의장
승진은 아니지만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최초로 3연임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이 기구를 이끄는 조 의장이 SK의 2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조 의장 역시 재무담당 상무를 시작으로 SK㈜ 사장과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재무통’으로 불리는 동시에 그룹 전체의 신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발굴하고 기획하고 있다.

SK매직에서도 ‘M&A 전문가’로 꼽히는 윤요섭 경영전략본부장이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윤 대표는 1994년 SK네트웍스의 전신인 선경직물에 입사한 후 국제금융팀장, 재무실장 등을 거쳤다. 재무실장 시절 SK매직 인수, 패션부문 매각, AJ렌터카 지분 인수 등 주요 거래를 이끌었다.

◆불확실성 속 수익성 관리 능력 빛나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던 자동차·철강 업계에서도 CFO들의 역할이 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2일 정기 임원 인사에서 박종호 경영지원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약 10년간 그룹 재무를 담당해온 박 사장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이익을 내는 등 위험 관리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도 CFO 출신인 최정우 회장이 연임할 전망이다.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최 회장은 최근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 심사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을 거치면 연임이 확정된다. 포스코는 올 2분기 코로나19로 사상 첫 분기 적자(별도 기준)을 냈지만 한 개 분기만에 즉시 흑자 전환한 후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