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통신사 AT&T 계열인 워너브라더스 픽처스가 내년에 개봉하는 자체 제작 영화를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개봉하겠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글로벌 영화 산업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워너브라더스는 내년 신작 영화를 극장 개봉과 함께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에서도 동시에 선보이기로 했다. 영화업계에선 극장과 온라인 동시 개봉이 불가피한 흐름일 수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를 크게 앞당겼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는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HBO 맥스는 AT&T가 지난 5월 미국에서 내놓은 구독결제 방식의 스트리밍 서비스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과 같다. 한 달 요금은 14.99달러다.

제이슨 킬라 워너미디어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은 확실히 코로나 사태와 관련이 깊다”며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신작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더라도 (경제 정상화 이후엔) 주말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는 사람은 여전히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워너브라더스 측이 모회사인 AT&T의 새 스트리밍 서비스를 측면 지원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의 파격적인 결정에 따라 내년 극장가가 더 썰렁해질 수 것이란 게 영화계의 우려다. 디즈니 등 일부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이미 ‘뮬란’ 등 일부 영화를 온라인에서 먼저 선보이거나, 극장과 동시 개봉한 적이 있지만 워너브라더스처럼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한 건 아니었다. 또 뮬란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엔 극장보다 훨씬 높은 단일 비용을 청구했다.

워너브라더스는 모든 신작 영화를 추가 요금 없이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뒤흔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년에 개봉할 워너브라더스 제작 영화는 매트릭스4, 수어사이드 스쿼드(후속), 모털 컴뱃, 톰과 제리, 고질라 대 킹콩 등 17편이다.

워너브라더스 발표 후 뉴욕 증시의 극장체인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 최대 극장체인 AMC 엔터테인먼트는 하룻동안 15.97%, 시네마크는 21.95% 떨어졌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