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생물과 같습니다. 살아 움직입니다. 가끔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주가 예측이 어려운 이유이죠. 많은 전문가들이 직전 정보를 분석해 증시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결과는 항상 그렇듯 반만 맞습니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증권사들도 대부분 연말 증시를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지금처럼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한 곳은 별로 없었지요. 그래서 워런 버핏과 같은 장기 가치투자자나 래리 하이트와 같은 추세추종 전략가들이 관심을 모읍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향후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예측을 자주 합니다. 주가가 오를 지 떨어질 지 예상하긴 어렵지만 어찌됐든 여러 이슈들이 쏟아질 것이란 고백에 다름 아닙니다. 코로나 사태의 전개 상황만 봐도 사망자 증가는 부정 이슈이지만 백신 공급은 긍정 이슈입니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베팅해야 할 지 헷갈릴 수밖에 없지요.

월가의 유명한 투자은행 중 하나인 캐너코드 재뉴어티그룹의 토니 드와이어 수석 시장 전략가도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했지요. 그는 “증시가 극단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12월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소폭의 약세장을 예상했습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질문1> 먼저 오늘 마감만 미국 증시에서 특징적인 부분을 짚어주시죠.

뉴욕 증시는 혼조세를 보이다 소폭 상승 마감했습니다. 지난주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오면서 경제 악화 우려가 감소했습니다. 미국 여야 간 경기 부양책에 대한 협상 타결 기대도 조금 커졌습니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들 모임인 ‘OPEC+’가 하루 50만배럴씩 감산 규모를 줄이기로 하면서 다시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코로나 백신의 공급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화이자는 일부 원료가 자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백신 생산 계획이 당초 예상보다 조금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말까지 1억 회의 접종 분량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 이를 5000만 회로 수정했습니다.

▶<질문2> 백신의 영향이겠죠? 파우치 소장이 내년 8월 경제 활동 정상화를 전망하지 않았습니까.

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미국 최고의 전염병 연구 권위자로 꼽히는데요, 기자회견에서 “내년 2분기 내 코로나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백신 접종은 이번달 중순부터 시작될 텐데, 우선 의료진과 장기요양시설 거주자들이 먼저 맞습니다. 일반인들은 내년 초부터 백신 주사를 맞기 시작해 8월까지 모두 완료할 것이란 게 파우치의 예상입니다. 그럼 내년 8월이 끝나기 전 미국의 경제 활동이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올 겨울입니다. 백신이 일반인에 배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어제 3157명 나왔는데, 하루 기준 최대였습니다. 이번 사태가 본격화했던 지난 4월 15일(2603명)보다 20% 넘게 많았습니다. 입원 환자 수도 10만 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뉴욕에선 병상이 부족해 야전 병원을 차렸고, 퇴직한 의사와 간호사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올해 역사상 가장 혹독한 겨울을 맞을 수 있다”며 “내년 2월까지 미국인 45만 명이 코로나로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질문3> 다음주 주요 이벤트와 일정이 있다면.

우선 코로나 사태의 전개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지난주 추수감사절 연휴 때 확진자 접촉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다음주부터는 실제 증상이 발현되는 환자가 급증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희망적인 소식도 있습니다. 영국에 이어 미국 정부도 다음주에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승인을 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오는 10일 자문위원회를 열어 화이자 백신 승인을 내줄 지 여부를 따져봅니다. 빠르면 다음주 주말에 승인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던 인류가 반격을 가하는 신호탄이 되는 셈입니다.

경기 부양책의 진전 여부도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요인입니다. 올 여름부터 미 정부와 민주당, 공화당이 각기 다른 부양안 규모를 내놓은 채 합의점을 찾지 못했는데요, 최근 초당파 의원들이 새 부양책 규모를 9080억달러로 제시했습니다.

공화당의 5000억달러보다 많고, 민주당의 2조2000억달러보다는 적지만 민주당은 급한대로 이를 받아들이고 내년 초 다른 방안을 추진하면 될 것이란 계산도 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주 지표 중에선 물가지수를 주목해볼 만합니다. 목요일인 10일 소비자 물가지수(CPI·11월 기준), 다음날인 11일엔 생산자 물가지수를 각각 발표합니다.

전 달의 소비자 물가지수 변동폭은 지난 5월 0.1% 하락한 후 가장 낮은 ‘제로’였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시중 유동성이 많은데도 물가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이번엔 소폭 상승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도 이어집니다. 화요일인 8일 반려동물 용품업체 츄이, 미 최대 게임기 소매업체 게임스톱이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둘 다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이죠. 다만 지난 분기 주당순이익은 좀 악화했을 것이란 게 월가의 관측입니다.

10일엔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 캐나다의 스포츠웨어 업체 룰루레몬이 각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3개 업체 모두 실적 전망은 밝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