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산시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크게 요동쳤다. 실물경기 침체로 유가가 급락했지만 주식은 각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자산시장의 ‘진정한 승자’로 떠오른 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38%에 달한다. 비트코인의 거침없는 질주에 제도권 금융에서의 대접도 달라졌다. 비트코인이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들어 138% 급등한 비트코인…2020 자산시장 '진정한 승자'

코로나19에 날개 단 비트코인

지난달 27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만7127달러로 연초 대비 138% 상승했다.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주식과 금·구리·원유 등 원자재, 채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주요 자산별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의 성과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비트코인은 아직 가상화폐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TF가 없어 가격 변동폭으로 수익률을 계산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4일 1만9152달러를 기록하며 2017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1만90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올초 7000달러 선을 오가다 3월 4800달러까지 떨어진 뒤 급등세를 이어가며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11월 들어선 12일 1만6000달러, 17일 1만7000달러, 20일 1만8000달러를 차례로 돌파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비대면·디지털 경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시중 자금이 가상화폐로 몰려들고 있다고 본다.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염려가 없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자산들은 비트코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급등한 한국 코스피지수는 물론 미국 S&P500지수, 중국 대형주지수(CSI300) 등은 비트코인 수익률을 밑돌았다.

중국 CSI300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ETF인 ‘중국AMC CSI300지수’는 올 들어 11월 27일까지 29.3%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를 기초로 하는 ‘코덱스200’ ETF와 S&P500지수와 연동되는 ‘SPDR S&P500’ ETF도 각각 18.3%, 13% 수익률을 내는 데 그쳤다.

올해 한때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은 올해 ETF 수익률이 17.4%로, 미국 S&P500지수나 회사채 수익률을 앞질렀지만 비트코인에는 미치지 못했다. 미국·글로벌 리츠와 원유, 하이일드(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 등에 투자하는 ETF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JP모간 “비트코인이 금 대체할 수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관련 금융상품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ETF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나스닥 장외주식시장(OTC)에서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 등이 관련 금융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미국 가상화폐 헤지펀드 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신탁이다.

미국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최근 이 비트코인 신탁이 금 ETF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JP모간은 “금에 투자해온 패밀리오피스(초고액 자산가) 등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인식해 대거 매수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신탁 수요가 금 ETF 수요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40억달러 수준이던 그레이스케일의 운용 자산 규모는 최근 90억달러 수준까지 불어났다.

JP모간은 “비트코인 시장 규모가 10배가량 커져 현재 금 투자 시장과 비슷한 수준이 되면 금 대체 투자 수단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장기 상승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제도권 금융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이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기업들의 비트코인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JP모간 등 은행도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로 결제를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