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기업 카사코리아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서울 강남구 빌딩의 지분을 쪼개서 매각하고 있는 가운데, 이 건물의 조기 처분 가능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빌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 임대료 수익을 받을 수 있지만 예상 수익률이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보다 낮다. 다만 투자자 다수결로 빌딩을 처분할 수 있다는 게 변수다. 이렇게 되면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얻고 투자 자금을 빨리 회수(엑시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처럼 빌딩 사고파는 '카사' 흥행할까
1일 카사코리아에 따르면 이 기업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상업·주거용 건물 ‘역삼 런던빌’(도곡로23길 20)에 대한 일반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카사코리아는 지난 9월 이 건물을 전 건물주로부터 약 101억원에 매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이를 203만6000개의 수익증권(주당 5000원)으로 쪼개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투자자는 지분에 비례해 3개월에 한 번 임대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다.

일반 공모는 지난달 25일 시작했으며 이달 3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소화된 청약 물량은 전체의 46.5%다. 3일까지 일반 청약을 받은 뒤 4일에는 법인 청약을 받는다. 카사코리아 측이 밝힌 예상 배당수익률은 연 3% 수준으로 일반적인 상장 리츠(5% 내외)보다 낮다. 배당수익률만 보면 투자자로서는 이 빌딩에 투자할 만한 유인이 크지 않다. 그러나 빌딩 처분에 따른 시세 차익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빌딩 가격을 101억원으로 정한 건 9~10월 진행한 감정평가에 따른 것이다. 그 뒤에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고, 주변 시세를 참고하면 당시 가격보다 10% 정도 상승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투자자가 수익자 총회에서 건물 매각을 의결하면 상장 직후에도 이를 시행해 판매 대금을 주주에게 분배할 수 있다. 투자자로서는 10% 이상 수익률로 조기 엑시트를 할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추가 상승이 예상되면 매각 시기를 더 늦출 수도 있다.

회사 측도 조기 엑시트에 대한 규정이나 계약서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카사코리아는 일반 개인투자자의 경우 2000만원까지, 소득이 일정 이상 된다고 인증한 ‘소득 적격자’는 4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어놨다. 개인 전문투자자는 5억원까지 가능하다. 최소 수십 명이 건물을 조기 처분하기로 의견을 모아야 의결정족수인 과반수를 채울 수 있다.

조기 엑시트 의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 회수를 원하는 사람은 일반 리츠에 비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리츠는 수많은 투자자가 참여하는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지만 이 빌딩 지분은 회사가 개발한 앱 ‘카사’ 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어서다. 참여 투자자가 많지 않으면 매수 호가가 많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