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부진했던 미국의 낙폭 과대주 3인방인 델타항공, 카니발, 옥시덴탈페트롤리움 주가가 이달 들어 급반등하고 있다. 이른바 ‘델·카·옥 3형제’로 불리는 이 기업들은 각각 미국의 항공, 크루즈, 셰일가스 산업을 대표하는 ‘대장주’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들 업종의 실적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폭락장에서 이 기업들에 베팅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델·카·옥' 드디어 반등…잠 설치던 서학개미 탈출 기회 ?
카니발은 지난 28일 4.45% 오른 21.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이달 들어 57.40% 급등했다. 델타항공과 옥시덴탈도 각각 이달 34.01%, 81.38% 올랐다. 11월 들어 11.26% 상승한 S&P500지수를 크게 웃도는 수익률이다.

글로벌 경기 재개에 대한 기대가 주가 급등 배경이다. 카니발은 지난 25일 뉴욕증시 휴장을 앞두고 자회사인 독일의 아이다크루즈가 카나리제도에서 운행하는 크루즈를 내달 5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인 카니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루즈가 주요 감염 경로로 지목되면서 사실상 모든 사업 활동이 중단됐다. 그 여파로 매출은 지난 1분기 47억9000만달러(약 5조2929억원)에서 3분기 3100만달러(약 342억원)로 99.35% 급감했다.

델타항공과 옥시덴탈도 실적 개선 흐름을 타고 있다는 평가다. 델타항공은 지난 26일 조종사 노동조합과 2022년까지 연봉을 삭감하는 내용의 합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옥시덴탈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배당 축소 전략을 통해 지난 2분기 3억2900만달러 순유출이었던 잉여현금흐름(FCF)을 6억2300만달러 순유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비주 페린세릴 서스쿼해나 연구원은 “옥시덴탈은 2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내년 유가 전망도 긍정적”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였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델·카·옥 3형제’를 총 2억2704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달 주가가 급등하자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이달 델타항공 주식을 325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카니발과 옥시덴탈에 대해선 각각 267만달러, 149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델타항공과 카니발은 폭락장 초기 수준의 주가를 회복한 만큼 매도 규모가 컸던 반면 옥시덴탈은 ‘델·카·옥 3형제’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던 탓에 아직 본격적인 매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미국 낙폭과대주들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만큼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홍성철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4본부장은 “미국 내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콘택트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행 크루즈 등 대면 접촉이 필수적인 업종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