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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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파죽지세로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섰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추가 부양책 기대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희소식이 지수에 호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부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며 장바구니 종목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끝 모르고 오르는 코스피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18일부터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특히 지난 23일부터 전날까지 이틀 연속 종가 기준 연고점을 경신했다. 코스피는 연초(2175.17%)보다 20.34% 치솟았고, 코로나19 사태로 저점을 찍었던 지난 3월19일(1457.64)보다는 79.58% 폭등했다.

지수가 빠르게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먼저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선 결과 불복에도 시장은 조 바이든 집권 시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날 바이든 행정부는 내각 인사를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추가 부양책은 물론 글로벌 외교, 무역 불확실성 완화 기대감도 형성된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기대감도 커졌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전날 자사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 정도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미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도 백신 효과가 양호하다고 발표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올해 안에 보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 같은 대외 여건은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날 기준 주요 6개국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2.2로 전날보다 0.27포인트(0.29%) 하락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8월 말 92.13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92~95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약(弱)달러로 되려 신흥국 증시에 대한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3차 확산에도 코로나19 백신 기대감, 미국 대선 불확실성 완화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신고점을 경신했다"며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코로나19 3차 확산 등의 충격이 실적 반등 기대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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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국인, 11월 7조7000억원 쇼핑…역대 최고치 경신

이번 증시 상승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외국인이 돌아왔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7월 5820억원을 사들이면서 반짝 매수를 했지만, 8월과 9월에는 다시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추세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10월부터다. 10월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조4000억원어치를 장바구니에 쓸어 담았다. 이어 이달 들어 전날까지 7조7446억원을 사들이면서 종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외국인 월별 순매수 최고치는 2013년 9월로, 7조6362억원이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향후 외국인들의 투자 패턴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외국인들이 사들인 업종을 살펴보면 자체 경쟁력이 부각되거나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과 관련된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이 같은 관점에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순매수에 나선 지난달과 이달 그들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812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LG화학(2조833억원), SK하이닉스(1조68억원), 삼성SDI(7280억원), 카카오(3014억원), NAVER(2952억원) 순이다.

여의도 증권가, 외국인 사들인 종목 '호평'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삼성전자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지난 24일에는 장중 6만9500원까지 오르면서 7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시가총액은 400조원을 훌쩍 넘겼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12곳 증권사의 목표주가 평균은 7만9666원으로 8만원에 근접했다. SK증권(8만7000원) 하나금융투자(8만6000원) 유안타증권(8만5000원) 등이 목표주가가 8만원 중반을 넘을 것이라고 봤고,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도 주가가 8만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SK증권의 김영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내년 상반기 영업 환경을 살펴보면 파운드리 매출 확대가 본격화되고 삼성 엑시노스(Exynos)의 외판 급증, 디램(DRAM)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되고 5G 네트워크 장비의 추가적인 수주, 시장에서 우려하는 낸드(NAND) 부문은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년 국내 증시는 반도체가 이끌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많았던 LG화학도 목표주가가 큰 폭 상승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LG화학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총 11곳 중 4곳이 100만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목표주가(103만원)를 제시한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본업인 화학 사업과 배터리 부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증권사 강동진 연구원은 "LG화학의 화학부문 주력 제품들이 모두 초강세를 시현 중으로 해당 부문의 수익성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LG화학의 주요 파트너사는 테슬라와 GM으로, 전기차(EV) 수요 급증과 맞물려 배터리 부문의 고성장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