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액이 2년 연속 50조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가라앉았음에도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유동성 확보에 뛰어든 결과다.

24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국내 기업들이 공모로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총 51조7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인 지난해 연간 기록(55조19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올해도 대규모 발행이 쏟아졌다. SK하이닉스가 일반기업 중 사상 최대인 1조600억원어치를 발행한 것을 비롯해 LG화학(9000억원) 에쓰오일(6800억원) 현대자동차(6000억원) 기아자동차(6000억원) 등이 채권시장에서 5000억원 이상을 조달해갔다. 이들 모두 당초 증권신고서에 기재했던 금액보다 조달금액을 대폭 늘렸다.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으로 현금흐름이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분주히 채권시장을 드나들었다. 평소보다 금리를 대폭 올려 회사채 발행에 나선 곳도 적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월 회사채(5년물) 희망금리를 민간 채권평가사들의 시가평가보다 최고 1.2%포인트 높게 제시했다. OCI(최상단 기준 0.9%포인트)와 현대중공업지주(0.8%포인트) SK인천석유화학(0.8%포인트) 등도 상당히 높은 가산금리를 내놓았다. 회사채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기업들이 내년에도 현금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여전히 회사채시장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물경제 지표와 기업 자체 실적이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기 전까진 기관들이 투자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올해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매수주문이 모집금액에 못 미쳐 투자자를 찾지 못한 채권 물량은 총 1조7730억원으로 2015년(1조9780억원) 이후 5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